시진핑 ‘중국夢’에 고미술시장 ‘애국夢’ 기사의 사진
중국의 억만장자 류이첸 선라인그룹 회장이 2014년 12월 홍콩 경매시장에서 무려 3600만 달러(396억원)에 구입한 15세기 명나라 시대 자기 잔. 닭이 그려져 있어 ‘치킨 컵’이란 별명이 붙었다. AP뉴시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진핑의 중국몽 비전 발맞춰
서구 예술품 모았던 수집가들
문화유산 되찾기 캠페인 하듯
해외 고지도 화폐 도자기 등
거액 쏟아부으며 사재기 열풍

서구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중국 고미술품을 중국 수집가들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덥석덥석 사들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부추기는 사재기라고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 비전이 세계 고미술시장까지 들썩이게 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서구 예술품을 사 모으던 중국 갑부 수집가들이 시진핑 시대에 들어선 외국인의 손에 있던 중국 고서적, 지도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룽미술관 설립자인 류이첸 선라인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인 류 회장은 600년 된 티베트 태피스트리(실내장식용 직물)를 4500만 달러(495억원)에, 15세기에 만들어진 자기 잔 1개를 3600만 달러(396억원)에 샀다.

영국의 한 고서적상은 “중국인 구매자들을 보면 과거 서구에 약탈당했던 자국 역사의 한 부분을 돈으로 되찾아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세기 중국에 선교하러 왔던 예수회 신부들이 쓴 천문기계 관련 책 1권이 최근 홍콩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호가가 75만 달러(8억2500만원)였다. 원나라 시조 쿠빌라이 칸의 황실에서 지폐를 만드는 데 쓰였던 목판은 25만 달러(2억74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호주인 판매상은 “중국의 수요가 많아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고서적상 윌리엄 슈나이더는 14세기 중국 지폐를 내놨는데 1만5000달러(1650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은행권은 17세기까지도 발행되지 않았다”며 “이 지폐가 조폐 분야에서 중국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사적인 지도도 인기 품목이다. 미국인 판매상 배리 러더먼은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로 중국에 처음 천주교를 전파했던 마테오 리치가 만든 17세기 세계지도 중 1점을 지난해 2만4000달러(2640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올해 이 지도를 중국인에게 20만 달러(2억2000만원) 이상을 받고 되팔았다. 그는 “중국 수집가들이 관심을 갖는 모든 물건의 가치가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중화민족 서사에 있어서 자국 문화유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부터 이런 붐이 생겨났다. 나중에 되팔아 이익을 내려는 기대감 못지않게 중국인 수집가들의 애국적인 충동이 자국 고미술품 구매 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아시아예술담당 조나단 스톤은 “중국 정부는 문화예술을 기간산업으로, 자국 발전의 전략 중 하나로 삼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문화예술 부흥을 꾀하는 단적인 사례는 ‘홍콩 고궁문화박물관’ 건립사업이다. 베이징 고궁박물원(자금성)의 분관에 해당하는 홍콩 고궁문화박물관 건설에 중국 정부가 4억5000만 달러(495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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