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36)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인공와우클리닉] 인공와우 이식 2∼3시간에 끝 기사의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가 이명 증상과 함께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호소하는 한 난청 환자의 귓속을 살펴보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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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증상이다. 소리를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고막과 이소골 등 귓속 구조물의 이상으로 못 듣는 ‘전음성 난청’과, 청신경계가 일부 또는 전부 고장이 나서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다.

전음성 난청은 약물 치료와 수술요법으로 이상이 생긴 구조물을 개선, 보강해주면 해결이 된다. 하지만 청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손상됐을 때(감각신경성 난청)는 보청기 처방이나 인공와우 이식술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망가진 청신경을 재생시킬 방법을 못 찾아서다.

우리나라 난청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난청 문제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2012년 74만6499명에서 2016년 88만6091명으로 5년 새 18.7%나 늘었다.

특히 60세 이상 난청 환자가 2012년 30만4749명에서 2016년 41만662명으로 34.8%나 증가했다. 노년기 치매와 기억력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난청이 고령화 사회의 큰 숙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난청 방치하면 우울증·치매 유발

난청은 본인이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대인관계가 어려워지는 것도 큰 문제다. 시각·청각·언어 3중장애인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는 이를 “보지 못하면 사물로부터 멀어지지만, 듣지 못하면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표현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인공와우클리닉 변재용(49) 교수팀은 이렇듯 청각을 잃어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난청인들을 돕고 있다. 특히 청력을 잃어 듣지 못하는 이들 상당수에게 인공와우이식술을 시행,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줘 주목을 받고 있다.

변 교수는 2005년 처음으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에 성공한 후 줄곧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인공와우클리닉을 지켜오고 있다. 변 교수는 2010∼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의대 이비인후과 교환교수로 일했고 2004년 호주 멜버른대학에서 인공와우 이식술 단기 연수과정을 마쳤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로 활약하면서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과학회 등 귓병 관련 학회에 임원으로 참여, 난청 줄이기 운동을 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독성 난청 동물모델 개발연구, 보청기와 이명(귀울림)에 관한 연구 등 지금까지 6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변 교수는 20일 “난청을 방치하면 대인기피증 우울증 치매와 같은 문제가 병발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기 쉽다”면서 “난청이 의심될 때는 미루지 말고 즉시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심한 난청도 보청기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보청기 처방만으로 청력을 개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와우 이식술이 유일한 해결책인 고도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를 착용해봐야 말소리를 정확히 분별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화가 불가능하다. 되레 귀가 막히거나 시끄러운 느낌이 강해 보청기 사용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보청기보다 배 이상 만족도 높아

인공와우는 한마디로 귀 안과 바깥쪽에 기계를 설치해 소리를 듣게 하는 인공청각장치다. 와우(달팽이관)세포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하는 일을 하는데, 이 세포가 대부분 손상됐을 때 그 기능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와우는 소리 높낮이 구별, 명료도 개선, 청각능력 향상 등 다방면에서 보청기보다 뛰어나게 고안돼 있다. 예컨대 보청기 사용에 따른 청력개선 만족도가 40점이라면 인공와우 이식술의 경우 만족도가 80∼90점에 이를 정도다.

일반적으로 인공와우 이식술은 말을 배운 후에 고도난청이 온 경우, 난청 기간이 짧은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청력개선 효과가 좋다. 난청이 의심되면 방치하지 말고 하루빨리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고생을 줄이는 지름길이란 뜻이다.

변 교수는 “난청 기간이 길수록 달팽이관의 소리신호를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나선신경절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식 후 청각재활훈련 중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다. 수술은 귓속 깊숙이 위치한 달팽이관 안에 전극(전선)이 꼬임 없이 잘 들어가게 한 다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수술 후 소리를 바로 듣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은 증폭된 소리를 듣지만 인공와우 이식인은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듣기 때문에 수술 후 별도 적응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른바 ‘맵핑’으로 불리는 소리조율 및 청각재활훈련 과정이 그것이다.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의사인 나에게는 쓸데없을지 몰라도 환자 쪽에선 뭔가 불편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하는 말일 것이다. 고도난청 치료는 환자 편에 서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변 교수가 고도난청 환자 진료 및 인공와우 이식수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도문처럼 늘 되뇌는 말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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