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동대구역 기사의 사진
기차역은 한때 지역의 상징이었다. 교통과 물산의 중심이자 만남과 소통의 거점이었다. 그 지방의 번영과 쇠퇴를 목격한 역사의 현장이었으며 주민들에게 추억 한두 개쯤은 거뜬히 품게 해 준 곳이다. 2003년 서울역을 필두로 상업시설 위주의 민자복합역사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면서 역의 모습과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동대구역은 한강 이남 육상교통 허브다. 1905년 문을 연 대구역의 기능이 크게 준 반면 동대구역은 전국의 역 중 열차정차 1위, 이용승객 2위로 성장했다. 이 역은 1971년 준공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례적으로 건물이 철로 위에 들어선 선상 역사인 데다 당시로서는 웅장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용객을 압도했다.

동대구역에 다시 눈길이 쏠렸다. 오늘 동대구역 광장 고가교 확장공사가 마무리됐다. 2011년 8월 착공 이후 6년3개월 만에 철도선로를 복개한 곳에 대규모 광장과 10차선 도로를 만들었다. 작년 말에 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의 영업면적인 대구 신세계백화점과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이용하는 광역환승센터까지 포함하면 동대구역은 명실상부 대구의 랜드마크가 됐다.

동대구역을 알리는 데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더 큰 몫을 했다. 그는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게 사실이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자살을 하겠다”고 했다. 발언 이후 SNS에는 동대구역이 폭발적으로 거론됐다. 왜 하필 동대구역일까. 역이 있는 대구 신암동은 한국당 정종섭 의원의 지역구다.

한 정치평론가는 동대구역이 대구경북의 관문이니만큼 스스로의 무죄 확신에 TK의 성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리의혹 규명에 ‘목숨’을 건 정치권의 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러나 유죄가 확정된 이후 이를 결행한 정치인은 없다. 최 의원의 결기에 반해 주변 반응은 냉소적이다. 대구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동대구역을 자신의 정치행보에 끌어들인 처사는 더욱 뜬금없고 씁쓸하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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