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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소구] 국가지진연구원 설립해야

[시사풍향계-김소구] 국가지진연구원 설립해야 기사의 사진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32초 포항 북쪽 9㎞ 흥해읍 용천리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부상자가 많이 나왔고 재산피해도 상당했다.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기상청 발표)의 경주지진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많은 사람이 경주지진 때보다 왜 피해가 컸는지, 어째서 서울까지 진동을 느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지적하려 한다.

우선 기상청이 최종 확정한 경주지진의 규모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관측망 데이터를 이용하는 미 지질조사국(USGS)이 밝힌 대로 규모 5.4가 더 과학적이고 적절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지진규모 측정은 진앙에서 멀수록 정확하다. 지질구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둘째, 관측소가 진앙을 중심으로 사방에 골고루 분포돼 있을수록 규모와 진앙 결정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경주와 포항은 한반도 동남쪽 끝에 있어 동해 쪽에서는 관측을 할 수 없다. 결국 내륙 방향의 관측 데이터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진파 속도와 감쇠가 편향적이다. 셋째, 지진학은 일종의 빅데이터 개념과 역산추적이어서 관측소 자료를 많이 쓸수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USGS는 기상청보다 훨씬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관측소도 진앙에서 멀리 골고루 퍼져 있어 자료의 신뢰도가 높다.

포항지진 깊이가 경주지진보다 얕아 피해가 컸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다. 우선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의 진원은 모두 지하 10㎞로 같은 깊이였다. USGS도 그렇게 봤고 우리 연구팀과 국제공동연구(러시아·중국)에서도 지하 10㎞에 활성단층이 경주·울산 지역에 분포돼 있다는 것을 일종의 지하 단층촬영인 지진파토모그래피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이번에 발생한 포항지진의 피해가 더 심한 이유는 진원이 얕아서가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지질구조에 있다. 포항지진의 진원은 연약한 퇴적암이고 경주지진의 진원은 단단한 화강암이다. 그래서 포항이 더 크게 흔들렸고 액상화 현상까지 동반됐다고 생각한다. 연약한 퇴적층 속의 물은 지진이 발생하면 팽창해 유발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 물론 1643년 울산에서 땅이 터져 물이 용솟음쳤다는 기록이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이 같은 규모임에도 경주는 별로 피해가 없는 반면 포항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대단히 크다는 데서 배워야 할 게 있다. 지진피해 측정은 지진의 사이즈를 표시하는 규모보다 피해 정도와 지진력을 표시하는 지진 가속도(진도)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규모 6.0 혹은 6.5 이상으로 건물이 건설돼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확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규모라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1986년 10월 10일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에서 일어난 지진은 규모가 5.0에 불과했지만 1000여명이 희생됐다.

내진설계를 할 때 일반적 지진크기와 활성단층뿐 아니라 지진력을 알기 위한 가속도값은 물론 지반 암반 조건과 또한 지반의 고유주기(고유진동수)를 고려해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지반의 고유주기는 지진이 발생하면 공진효과로 진폭이 증폭돼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주요 시설물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관측망을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더욱이 그 전문인력마저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에 흩어져 있다.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지진 연구를 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모든 과학은 전문가 집단이 모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경쟁하면서 발전한다. 우리나라에도 지진의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단체인 국가지진연구원 설립이 절실하다. 현재 지진학회는 없는데 지진공학회는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기초과학 없이 응용과학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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