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지진과 액상화 현상 기사의 사진
경북 포항 지진의 특징은 액상화(液狀化·Liquefaction) 현상이다. 일본의 지반공학자인 모가미 교수가 1953년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지진의 충격으로 땅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지반이 마치 액체처럼 물렁물렁해지는 것을 말한다. 매립지나 해안가, 연약한 지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건물 붕괴 등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1964년 3월과 6월에 각각 발생한 미국 알래스카 지진과 일본 니가타 지진 때 도로가 균열되고, 대형 아파트가 기울어진 것이 바로 액상화 현상 때문이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도 액상화로 인한 피해 건수가 2만7000건에 달했다.

지진을 공식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1656회다. 이 중 경주 포항 대구를 포함한 경상북도가 524회로 가장 많았다. 전체 지진의 31.6%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 15일의 포항 지진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액상화 현상까지 관측됐다. 옛 문헌을 보면 액상화로 추정되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역사 지진 기록’을 보면 모두 다섯 차례 등장한다. 첫 기록은 304년 삼국사기와 증보문헌비고에서 볼 수 있다. ‘지진이 있었다. 샘물이 솟구쳤다’는 내용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기록이 구체적이다. 1597년 함경도 지역의 지진(조선왕조실록)이 두 번째고 3, 4, 5번째 기록은 1643년 부산 동래, 경남 합천, 울산 지진(승정원일기·조선왕조실록)을 다루고 있다. 그해 7월에 있었던 울산 지진(승정원일기)은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모래 1, 2두가 나와 쌓였다”고 적혀 있다.

관측된 전체 지진의 27%가 최근 2년 사이 발생했고 374년 만에 액상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시했듯 촘촘하고 정밀한 ‘땅속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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