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수능을 어이할꼬 기사의 사진
경북 포항 지진으로 1주일 연기된 수능이 치러졌다. 재난재해 등으로 수능이 미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어쨌든 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까지 겪었지만 올해 수능도 무사히 끝났다. 어김없이 관공서의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수능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매년 연례행사로 이젠 익숙해진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번 지진으로 한날한시에 전국의 수험생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는 현 대입 시스템의 문제점이 적잖이 드러났다. 과연 대입 시험으로 온 나라가 마비되다시피 한 현실이 옳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수능의 위상은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올해 고사장으로 향한 응시생은 53만5000여명이다. 지난해보다 2만1000여명 줄었다. 수능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많았던 2000년 86만8000여명에 비하면 무려 33만3000여명이나 적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수능 성적으로 대학 문을 두드리는 학생은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23.8%로 더 떨어진다. 대학들이 수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능 위주의 정시는 축소되고 학교생활기록부 종합(학종), 학생부 교과 등의 수시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모집 인원이 줄고 있지만 수시 인원은 오히려 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등은 수시에서 적용하던 수능 최저 등급을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10명 중 7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수능은 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형식적인 절차일 뿐 수능으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으로 가면 수능은 존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는 수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수능은 수년 동안 쉬운 기조를 유지해 왔다. 올해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수능 전(全) 과목 절대평가를 추진했다 반대에 부닥쳐 1년 유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쉬운 수능’을 밀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질 것이고 대학들은 수능으로 신입생을 뽑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수시가 늘고 정시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능의 끝 없는 추락은 자연스레 대입제도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되면서 현재 논의에 가속도가 붙은 쪽은 학종이다.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 상(賞) 몰아주기 등 각종 논란을 몰고 다닌 이 전형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교사 추천서 등 논란이 되는 항목을 축소·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학종의 신뢰성이 바닥인 상황에서 내년에 마련하게 될 개정안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해답은 자명하다. 모호하고 불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전형보다는 그나마 공정한 수능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입시 공정성에 민감한 사회에서는 수능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수능에서 몇 과목을 절대평가할 것인지로 전 국민을 싸움 붙일 것이 아니라 창의적 교육을 위한 수능이 되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과거 학력고사(1986∼1992년)와 현재 수능(1993년∼)의 차이점은 사지선다냐, 오지선다냐 그뿐이지 문제 유형, 성격, 형태 등 모든 것이 20여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을 바란다면 수능을 완전히 새로운 시험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옳다.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과 교사들의 교수법은 물론 사교육 시장까지 달라지는 세상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대동소이한 보기 중 미묘한 차이점을 구분해 정답을 맞히는 문제로 사고력을 키워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능의 대변신이 절실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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