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 감정 선택 기사의 사진
제임스 앙소르. ‘가면과 함께 있는 자화상’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이가 많다.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다거나, 참고 싶은데도 억누를 수 없었다고 한다. 화를 내고 싶지 않지만 짜증나는 일이 자꾸 생긴다며 세상 탓을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생존에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감정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만들어낸다. 감정 선택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화라는 감정도 마찬가지. 무의식적으로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참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도 아니다. 화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되니까, 여러 감정 중에서 분노를 선택한 것이다. 표를 사려고 긴 줄에서 오래 기다렸는데 누군가 새치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 뇌에서는 순식간에 어떤 감정이 자신에게 득이 될지 평가한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화를 내는 게 이득이 되리라 예상하면 분노를 관장하는 신경회로가 활성화된다. 정당한 분노든 아니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정말 그럴까? 이 경우도 불안이라는 감정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스스로 선택했다고 보는 게 맞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불안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신경증적 기질의 소유자들은 힘든 과제를 앞두고 걱정과 불안을 느끼게 만들었을 때가 행복한 감정을 선택하게 했을 때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고 한다. 힘든 과제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참조하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염려에 휩싸이는 사람은 위험에 대비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불안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눈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외로움에 젖는 이도 있다. “하얀 눈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감정이 떠올랐어요”라고 하지만 이 둘의 차이도 ‘내가 어떤 감정을 선택하고 싶은가’에 따라 달라진다. 첫눈이 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사람은 즐거운 감정을 만들어내고, 고독을 즐기고 싶으면 외로움을 선택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내 선택의 결과물이고 오롯이 나의 책임인 것이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