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교인수 목매지 말고 신앙공동체 성숙 힘써라

<5> 작은 교회들이 나아갈 길

[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교인수 목매지 말고 신앙공동체 성숙 힘써라 기사의 사진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이정배)이 주최한 ‘작은교회 한마당’이 지난달 9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은 경기도 김포 지역 작은 교회 모임이 차린 홍보 부스에 나무 십자가가 전시돼 있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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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공휴일인 한글날을 맞아 한적해야 할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교정은 때 아닌 인파로 붐볐다.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이정배) 주최로 열린 ‘작은교회 한마당’ 행사 때문이었다. 2013년부터 매년 9∼10월 무렵 감신대에선 교인 수 300명 미만의 교회들이 모인다. 소형 교회가 모여 축제 형식으로 진행하는, 교계 행사로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작은 교회와 방문객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참여 교회·단체 50여개, 방문객 500여명에서 2015년 각각 70여개, 100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참석 교회나 단체 수가 90여개에 이르렀고, 방문 인원은 12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작은 교회에 대한 관심이 최근 수년간 부쩍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 이른바 ‘강소형 교회’는 시대적 요청이다. 성도 수 증가와 예배당 확장으로 상징되는 양적성장주의는 갈수록 교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가 지난 8월 발표한 종교의식 설문조사에서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에 대한 답변 1순위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47.9%)였다. ‘기독교인이지만 교회 출석하지 않는다’고 표시한 응답자들 역시 ‘작지만 건강한 교회’(43%)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현재 교인들은 물론 기존 교회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진 ‘가나안 교인’ 모두 강소형 교회를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은 교회가 강소형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교회 증축과 교인 수 증가에 목을 매기보다 일정 규모 내에서 신앙공동체를 성숙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병모 침례신학대학교 교수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기체적 신앙공동체로서의 본질을 추구하면 교회 크기는 자연히 정해진다”며 “물량주의의 유혹에 빠지면 약육강식이라는 세속적 원리가 교회 안으로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 목회 관점에서는 조직과 건물 중심의 교회에 집중했다”면서 “신학교에서부터 공생의 신앙관을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지역 사회와 연계를 넓혀 지역사회 복지를 증진시킬 때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원돈(부천 새롬교회) 목사는 “한국 교회는 그동안 전도는 하지만 지역사회에 관심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작은 교회들이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마을의 복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평신도들이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소명에 따라 헌신할 수 있도록 양육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규모만 작은 교회가 아니라 진짜 강소형 교회가 되려면 목회자들이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교회 규모나 교인 숫자라는 세속적 가치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에 충실할 때 건강한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은 “목회자들은 교인 수가 적으면 회의에 빠지거나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통해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평신도의 경우 소형교회에서 져야 할 짐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목회자와 어려움을 함께 나눠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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