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형준] 높은 국정지지율의 명암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 6개월은 높은 국정 지지율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6개월이 넘어서도 70%이상 지지율을 보이는 정부는 김영삼정부 이후 처음이다.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여권에 넘치고 있다. 확실히 높은 지지율은 국정 추동력을 높인다. 또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만큼 정권에 기분 좋은 일도 없다. 하지만 국정 지지율에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성분도 있다. 엄격히 따지면 국정 지지율을 판단하는 척도는 대통령에 대한 인상 평가다. 4점 척도를 쓰는 이 문항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이다. 잘 한다 못한다는 평가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 의지와는 결이 좀 다르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과 선거 결과는 곧잘 엇갈린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은 80% 이상의 지지율에도 46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재선을 앞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지지율은 36%에 불과했지만 선거에는 이겼다. 그 자신도 질 것으로 생각해 개표일에 잠 깨우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 지지율에는 ‘필연적 하락의 법칙’도 작동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모두 그랬고, 미국 프랑스도 대부분 그렇다.

큰 틀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와 개별 국정 분야에 대한 평가도 얼마든지 갈릴 수 있다. 최근 매일경제 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과 주요 국정과제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분야별 ‘잘 한다’는 비율은 외교·안보·통일 정책 36.6%, 복지 안전 환경 34.4%, 경제 정책 28.6%, 고위 공직자 인사 23%, 국회 및 여야와의 소통 29.5%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달리 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문재인정부의 높은 인기는 국정의 성과에 대한 반응은 아니다. 이전 정권의 몰락이 가져다준 기저 효과와 보수 정당의 ‘퇴행’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새로운 국정에 대한 기대가 결합된 현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소탈함에서 비롯되는 긍정적 이미지가 한몫을 했다. 그러나 국정 성과로 뒷받침되지 않는 높은 지지율은 사상누각일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들을 돌아보자.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델로 만들려고 했던 인천공항공사 1만명 정규직화는 노사 간 노노 간, 협력 회사와의 갈등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상여금 등 산입 범위 조정 없는 최저 임금 인상 과속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자영업자들이 ‘미리 일자리를 줄이는’ 대응으로 고용 시장 위축 우려를 낳았다. 세금으로 최저 임금을 보전하는 전대미문의 정책과 공공부문 일자리의 급격한 확대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유연성 없는 안정성 정책이 생명력이 없다는 것은 외국에서도 숱하게 확인된 사실이다. 신고리 원전 건설의 성급한 중단은 공론화를 거쳐 되돌려졌지만, 이념적 탈원전 고수는 에너지 환경 정책에 균열을 내고 있다. 캠프 출신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는 소득주도성장은 수출주도경제의 현실과도 잘 맞지 않아 무대 뒤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 자리를 대신할 혁신경제는 규제개혁을 신자유주의로 등치시키는 여권의 전반적 정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 다행히 세계경제의 회복 국면 덕분에 한국경제도 3%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것이 위안이다. 그나마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호황 덕분이라 해도.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불안감은 쌓이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메아리가 없다. 북핵 위기 마지막 국면에서 절실한 한·미동맹이 겉모습과는 달리 삐걱되는 징후도 계속 발견된다.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는 저자세 외교가 사달을 만드는 모습이다. ‘북한의 오판’을 저지할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낼 국가 전략은 모호하다. 국정 수행에서 인사가 만사라면 새 정부 역시 인사는 참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장차관급 7명이 낙마했고,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임명 강행을 한 장관도 3명이다. 탕평은커녕 전형적인 코드 인사를 보여줬고, 공공기관에 ‘캠프 출신’ 인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공직을 선거 전리품으로 나눠주는 낙하산 인사야말로 적폐라면 그 적폐는 그대로 쌓이고 있다.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와 달리 전문가들의 평가가 인색한 이유도 이런 정책들의 불안함에 기인한다. 국정지지율의 견고함은 궁극적으로 국정 성과에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국정’이 곧 ‘훌륭한 국정’을 의미하진 않는다. ‘훌륭한 국정’으로 인기를 얻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려면 국정의 곳곳에서 켜지고 있는 경고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박형준(동아대 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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