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억만장자가 기부한 풍경화 기사의 사진
코로, ‘Venise, vue du Quai des Esclavons’. Christie’s
베니스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상과 곤돌라가 보인다. 화폭 오른쪽으론 두칼레 궁이, 운하 저 너머엔 살루테 성당이 자리 잡았다. 화면의 절반을 연한 산호색으로 통일하고, 하늘과 운하만 푸른색으로 처리해 담담하고 몽환적인 풍경화가 됐다. 광장에는 많은 인물이 오가는데도 무척 고요하다.

사실적인 풍경화이지만 단색조의 톤 때문에 묘한 공기가 감도는 그림을 그린 이는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다. 19세기 프랑스 바르비종파의 주축으로, 신고전주의와 인상주의의 간극을 메웠던 코로는 풍경화에서 두각을 보였다. 자연을 꼼꼼히 관찰해 화폭에 옮기는 신고전주의에 기반을 두되 그에 안주하지 않고 독특한 색조와 구도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했다.

유서 깊은 도시를 차분하게 담아낸 코로의 ‘베니스 풍경’은 미국의 억만장자 데이비드 록펠러가 오랫동안 보유해 왔다. 록펠러가의 3대손으로 금융인이자 자선사업가였던 데이비드 록펠러는 어머니가 만든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후원하면서 모네, 마티스, 쇠라, 시냑, 고갱, 피카소의 대표작을 꾸준히 수집했다.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등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도 사들였다.

지난 3월, 101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는 자신의 미술품과 선대로부터 받은 가보 등 2000점의 컬렉션을 경매를 통해 팔아 수익금 전액을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내년 봄 뉴욕에서 열릴 ‘세기의 경매’ 수익금은 12개 단체에 전달돼 뜻있게 쓰일 예정이다.

이영란(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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