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老여배우의 위엄 기사의 사진
영국 출신의 여배우 제시카 탠디는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1990년 토니상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50년대 미국 애틀랜타를 무대로 고집 센 70대 백인 할머니와 60대 흑인 운전기사(모건 프리먼 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그때 그의 나이 81세. 여우주연상 최고령 수상이다. 91년에는 ‘프라이드 그린 포테이토’로 다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94년 난소암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촬영에 열중해 두 편의 유작을 남겼다.

캐서린 헵번은 81년 74세에 ‘황금연못’으로 네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발목이 부러져 휠체어를 탄 채 연기하기도 했고 87세에도 연극무대에 섰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룬 것의 세 배는 할 수 있었는데”라며 항상 아쉬워했다. 82년 75세 때 연극 ‘웨스트사이드 왈츠’를 보스턴에서 공연할 때는 한 관객이 사진을 찍자 연기하던 것을 멈추고 관객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할 정도로 당당했다.

올해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선 68세 여배우 메릴 스트립의 연설이 주목을 끌었다. “무례함은 무례함을 낳습니다. 폭력은 폭력을 부릅니다. 막강한 지위가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구는데 이용되는 순간 우리는 패자가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애 기자 흉내와 반 이민자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2011년 영국 대처 총리로 분한 ‘철의 여인’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만 20번 올랐다.

엊그제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할머니로 분한 76세의 여배우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탔다. 70대에 주인공을 맡는 것도 드문데 최고 연기상을 수상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961년 문화방송 공채 1기 성우로 데뷔한 그는 연기생활 57년째다. 아픈 우리 역사의 한 자락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며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한 영화여서 그의 수상이 더 값지다.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