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승훈] 빅브라더? 빅데이터! 기사의 사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사용자 몰래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호한 조치를 공언했다. 위치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인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 동의 없이 이를 수집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구글은 새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사건을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익히 알려졌듯 구글은 10년쯤 전부터 검색어를 감시해 독감 발생을 추적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는 횟수 등을 분석해 독감의 유행 가능성 등을 보건당국보다 훨씬 빨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빨리 알고 빨리 경보를 내리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문제는 그런 정보를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차지하면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구글은 검색어 정보만 모으는 기업이 아니다. 구글 자회사인 베릴리는 미국인 1만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유전자와 운동, 수면습관 등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준선 연구(Baseline Study)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4년간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와 센서 등으로 참가자들의 활동과 신체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한다. 구글 창업자의 전 부인이 설립한 바이오 기업 ‘23앤드미(23 and Me)’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개인용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허가받았다. 소비자들이 검사 키트를 구매해 자신의 타액을 용기에 담아 보내면 이 회사는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10가지 주요 질병에 걸릴 확률을 알려준다. 결과를 내놓는 근거가 그동안 어디에선가 축적했던 개인의 생체정보 빅데이터일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개인의 일상생활 대부분이 온라인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거대 기업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무궁무진하다. 구글 외 애플·아마존·페이스북이나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로 정보를 수집한다. 거대 기업을 ‘빅브라더’로 경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개인의 생체정보와 관련한 최고의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 중 하나는 우리 정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체계는 국민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암환자 관련 데이터다. 한국에선 암 확진 판정을 받으면 너나할 것 없이 민감한 환자의 정보를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동의서를 쓴다. 암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5년간 제공하면 그 기간 동안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5%로 낮춰주는 암환자 산정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높인 것은 병원과 의료진의 노력 외에도 이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던 건강보험체계가 큰 힘이 됐다.

빅데이터에 대한 고민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로까지 확대됐다. 정부의 경쟁력이 빅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 대부분은 신상정보여서 개인정보보호와 상충되는 지점이 많아 법이나 제도적으로 이를 활용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당장 공공기관 사이에도 서로가 보유한 데이터를 공유할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없다. 그런데도 각 부처에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보다 먼저 빅데이터의 관할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언론이 빅데이터에 대해 ‘활용’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산업’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 정부 차원의 일관되고도 종합적인 빅데이터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개인주의와 인본주의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전망이 현실화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이미 빅데이터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은 이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 하는 철학의 문제가 됐다.

정승훈 사회2부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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