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투명가방끈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방끈(학력)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올해 대학진학률이 68.8%나 된다. 80%를 훌쩍 넘겼던 2000년대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톱이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58%, 영국은 49%, 미국은 46%, 일본은 37%, 독일은 28%였다. 우리 사회에는 대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야 하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대입 경쟁은 초등학교까지 내려간 지 오래다. 이런 데는 이유가 있다. 고학력 실업자가 넘쳐나 예전 같지는 않지만 대학이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가 될 것이란 믿음이 아직도 강고하다. 고졸과 대졸자의 첫 임금 격차가 1.6배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는 통계조사 결과가 이런 믿음을 떠받치고 있다.

현재의 과열 입시경쟁은 한정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서 낭비적이다. 고도의 지적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정체성은 상실된 지 오래다. 대학은 고등 취업기관으로 변질됐고 입시경쟁으로 초·중등 교육 현장은 황폐화됐다.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허우적대고 있고 경쟁에서 밀려나면 낙오자란 낙인이 찍힌다. 병든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수능을 봐야 할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경쟁교육, 무한경쟁사회에서 스스로 내려와 대안적이고 다른 배움과 삶을 살겠다는 선언인데 2011년부터 이어져 온 활동이다. 올해는 11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외침은 반짝 관심을 끌고는 이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다른 방식의 삶과 교육은 헛된 기대일까.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