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의 가정파괴·조건부 시한부 종말론 유포… 대법원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

신천지의 가정파괴·조건부 시한부 종말론 유포… 대법원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 기사의 사진
CBS가 2015년 3∼4월 방영한 8부작 다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의 방송 예고 화면. CBS 제공
한국의 주요 교단들이 대표적 이단 단체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가정파괴, 조건부 시한부 종말론 유포, 교주의 재림예수 행세 등이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천지의 반사회적 행태를 상당부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이단·사이비 단체와의 소송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권순일)는 지난 23일 신천지가 CBS의 8부작 다큐멘터리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2015년 3∼4월 방영)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손해배상 등 상고심에서 신천지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신천지는 2015년 6월 CBS 방송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CBS와 방송에 출연한 이단 전문가 3명을 상대로 3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2심에서 신천지 측이 문제 삼은 30가지 내용에 대해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일부에 대해서는 보도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반론보도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법원은 “소송 총비용 가운데 신천지와 CBS 사이에 생긴 부분의 90%는 신천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CBS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해당 방송에 등장한 신천지의 가정파괴, 교주의 재림예수 행세 등 21가지 표현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패륜아를 만들며, 이혼을 장려해 가정을 파괴했다’는 방송 내용과 관련해 법원은 신천지 교인인 자녀들이 신천지로부터 휴학이나 직장사직, 가출 등의 권유를 받았다고 진술하거나 부모를 ‘아줌마’ ‘사탄’으로 부른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방송 내용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건부 시한부 종말론’에 대해서는 기성교회 관점에서 정통 교단 총회 보고서에 근거해 신천지 주요 교리를 해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영생 재림예수 행세’ 부분과 관련해서는 신천지 교인들이 상담사와 대화하며 “자신은 육체적으로 죽지 않고 이만희도 죽지 않는다”거나 “이만희가 죽을지 여부는 두고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 등을 바탕으로 이만희가 재림예수 행세한 것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만국회의가 위장행사’ ‘사이비 종교, 반국가적, 불법단체’ ‘가출조장, 천륜을 끊게 만드는 신천지’ 등 8가지 대목에 대해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반론보도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CBS의 변호를 맡은 박기준(법무법인 우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앞으로 신천지와 관련된 소송들의 구체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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