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천지우] 인도의 ‘소 바로세우기’ 기사의 사진
인도는 힌두교 전통에 따라 소를 신성시해 ‘소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 국민이 힌두교도인 것은 아니며 소고기를 먹는 이슬람교도가 2억명에 달한다. 이슬람 인구를 중심으로 소 사육과 도축, 소고기 수출이 활발히 이뤄져 인도는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 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소의 처우가 달라졌다. 훨씬 더 귀한 몸이 됐다. 이슬람을 적대시하고 힌두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하면서 강력한 소 보호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BJP를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선거 유세 때 “소를 도살하는 이들은 우리나라 우유의 강을 파괴하는 자들”이라며 소고기 수출 증가 실태를 개탄했다. 모디가 주지사였던 구자라트주에서는 소를 죽이면 최고 종신형까지 처해진다.

모디 집권 이후 인도 북부에서 축산업을 하는 무슬림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소 수호자’도 생겨났다. “왜 신성한 소를 죽이냐”며 도축·유통업자를 집단폭행하거나 살해하는 이들이다. 정부는 이들의 공격 행위를 사실상 방관했고 공포에 질린 업자들이 손을 놔버려 소 공급 체인이 완전히 붕괴됐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처럼 살벌한 분위기 속에 인도의 육우와 소가죽 시장뿐 아니라 낙농업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낙농업은 농장주가 소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발전하는 법인데 그런 자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우유 생산도 악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도축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소가 급격히 늘었다. 떠돌이 소가 밭에 들어와 곡식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일반 농가도 피해를 입고 있다. 집권당의 과잉 소 보호가 여러모로 지방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디 정권이 현 노선을 수정할 것 같지는 않다. 소 보호는 힌두 민족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됐던 19세기 후반 힌두교도 상류계급이 서구에 맞서 자국민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북돋는 재료로 소를 택해 신성한 국가적 상징으로 부각시켰다. 1947년 독립 직후 힌두교 지도자들은 헌법에 소 도축 금지 조항을 넣으려고까지 했다.

모디 정권이 힌두교 기치 아래 ‘소 바로세우기’뿐만 아니라 역사도 힌두 왕조 위주로 재편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슬람 왕조 역사는 깎아내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표적 건축물인 타지마할도 이슬람 왕조가 지었다는 이유로 “반역자가 만든 인도 문화의 오점”이라고 비난한다.

글=천지우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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