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 주역들, 애국심만큼 신앙도 뜨거웠다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연구소,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 남긴 숨은 기독교 인물들 집중 조명

건국의 주역들, 애국심만큼 신앙도 뜨거웠다 기사의 사진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연구소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해방 후 한국정치와 기독교인’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별 심포지엄’에서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가운데) 등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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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 국회의원 및 국무총리 서리 이윤영(1890∼1975) 목사, 제2대 국회의원 배은희(1888∼1966) 목사 등 해방 후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숨은 기독교 주역을 조명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주제는 ‘해방 후 한국정치와 기독교인’으로, 해방 후 전국에서 나라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숨은 조력자들의 행적이 상세히 발표됐다.

이날 재조명된 기독 정치인은 이윤영 배은희 목사를 포함해 이규갑(1888∼1970·건국준비위원회 재무부장) 이남규(1901∼1976·제헌 국회의원 및 초대 전라남도지사) 조남수(1914∼1997·제주 서귀포 건국준비위원회 위원) 구연직(1891∼1967·대한독립촉성국민회 충북지부장) 김창근(1908∼1980·대한독립촉성국민회 대전지부장 및 입법의원) 박용희(1884∼1954·입법의원 및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윤인구(1903∼1986·부산대 초대총장) 목사, 백남채(1887∼1951·입법의원 및 제헌의원) 장로 10명이다.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 교회 소속인 이들은 당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일 뿐 아니라 지역별 거점 교회 중심인물이었다.

이들 중 집중 조명을 받은 인물은 이윤영 배은희 목사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보좌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 목사는 제헌 국회 개원 당시 대표기도를 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윤영 목사와 해방공간의 반탁·통일운동’을 주제로 기조발제한 박명수 교수는 이 목사를 해방 정국 당시 북한을 대표한 목회자이자 민족주의자로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 목사는 서북 지역 교회 대표 격인 남산현교회 담임목사를 지냈고, 조만식 장로와 정치활동에 참여해 당시 북한을 대표하는 민족주의자로 부상했다”며 “46년 월남 이후 북한 기독교 대표자로 활약하며 북측의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38선 철폐와 남북통일을 꾸준히 주장했다”고 했다. 이어 “소련의 견제로 남북통일이 어려우므로 보통선거를 실시해 남한 독립정부를 세운 뒤 통일을 이룩하자는 게 그의 소신”이라며 “남한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적 통일을 추구한 측면에서 이승만과 정치적 궤를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배은희 목사의 건국활동’을 발표한 이은선 교수는 배 목사가 일제 강점기 실력양성운동을 펼친 민족주의자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배 목사는 전주 서문외교회에서 목회하며 창씨개명 거부 등 전북 지역에서 가장 강력하게 항일운동을 펼친 목회자로 꼽힌다”며 “해방 후엔 독촉국민회와 민족대표자회의에서 활동하며 이승만의 후원자로 적극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해방 후 한국정치와 조남수 목사’를 발표한 허명섭 서울신대 교수는 조 목사를 ‘한국의 쉰들러리스트’로 소개했다. 제주 4·3사건 당시 모슬포교회 담임목사였던 그는 남조선노동당의 무장봉기와 경찰 등 국가권력의 과잉진압 사이에서 신음하던 양민의 구명활동 및 구제 사역을 펼쳤다. 특히 토벌대장을 만나 공비의 겁박으로 생필품을 제공한 이들의 무죄를 보증하고, 주민들에게 자수를 설득해 3000여명의 생명을 구했다. 허 교수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막아낸 조 목사의 사역에서 그리스도 십자가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날 심포지엄엔 재조명된 기독 정치인들의 유족과 당시 이들이 시무했던 교회 성도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조남수 목사의 딸 조정자(61)씨는 “그간 아버지가 한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다뤄진 일이 거의 없었는데 기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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