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맹경환] 국종과 이니 비판을 허하라 기사의 사진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국종 교수가 만났다. 문 대통령이 귀순 북한군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구출한 우리군 장병과 후송한 미군 ‘더스트 오프’팀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 귀순병을 치료하고 있는 ‘해군 소령’ 이 교수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이 교수는 요즘 정치, 사회 분야에서 가장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닐까. 팬들이 많은 만큼 두 사람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여간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두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가 크게 곤욕을 치른 또 다른 두 사람이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말 호되게 당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귀순 북한 병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돼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썼다. 당시 이 글에 관심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국종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던 이 교수가 5일 뒤 기자회견에서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분노’하면서 사달이 났다. 여론은 들끓었고 김 의원은 결국 사과를 해야 했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사건 전후 김 의원이 속한 정의당의 지지율도 1.4% 포인트가 떨어져 나가 4.7%로 주저앉았다.

김 의원의 글 전체를 읽어보면 다소 과격한 표현이 거슬리는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분명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귀순 병사를 만나는 사람마다 ‘회충’을 떠올릴 것이다. 마땅히 보호돼야 할 환자의 의료 정보가 공개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정부와 합의를 거친 결과라고는 했지만 환자의 의료 정보를 공개한 이 교수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옥수수’와 ‘기생충’까지 브리핑에서 언급해야 하는 정치적 배경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소수의 합리적인 비판과 지적은 성난 여론의 파도 속에 휩쓸려 사라졌다. 상대를 잘못 고르고 덤비면 절대 안 된다는 교훈만 남긴 채.

문 대통령의 지지자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거센 비판을 받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사례도 곱씹을 만하다.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며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견 자체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지지운동으로는 정부를 못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제기할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는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다”고도 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소위 ‘문빠’들이 몰려들었다. 안 지사의 페이스북과 해당 발언을 실은 기사의 댓글에는 “당신은 대통령은 못 된다” “안희정이 적폐 세력” “친일 매국노” 등의 비난 댓글들이 달렸다.

안 지사가 강연에서도 얘기했듯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는데 네가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라고 한다면 우리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 바로 댓글에서 그가 우려했던 상황이 연출됐다. 다른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안 지사는 입을 닫았다. 이 교수의 유명한 말을 빌리면 ‘말이 말을 낳는’식의 불필요한 논란은 피하자는 의도였겠지만 해도 안 된다는 포기의 의미도 읽힌다. 영웅 이국종의 모든 것이 선할 수는 없다.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적폐로 몰아서도 안 된다. 합리적인 주장은 경청하고 토론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특권이자 혜택이 아닌가.

한 가지, 최근 논란을 보면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맥락과 본질은 외면한 채 싸움만 붙이는 선정적인 보도가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 언론의 역할과 본분에 대한 반성도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맹경환 온라인뉴스부 차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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