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포퓰리즘 역사가 깊은 라틴 대륙에서 또다시 포퓰리즘 도미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칠레를 시작으로 내년 12월 베네수엘라까지 총 8개 국가에서 대선이 치러지면서 남미 인구 약 3분의 2가 새로운 지도자를 맞을 예정이다. 부패와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치혐오 바람을 타고 인기에 영합하는 극단주의 포퓰리즘 세력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미에선 과거 좌파 바람이 거셌지만 이번에는 어느 방향으로 불지 가늠하기 어렵다. 2000년대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포퓰리즘 바람)로 대거 집권한 좌파가 부패 스캔들로 한꺼번에 몰락해서다. 먼저 치러진 칠레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중도 좌파 집권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집권당은 미첼 바첼레트 현 대통령 가족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대륙에서 가장 덩치가 큰 브라질 선거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현재까지 지지율 선두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부패 혐의가 내년 7월 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 출마가 무산된다. 이 경우 당선이 유력한 건 극우 포퓰리스트인 자이르 보우소나르다.

인구로 보면 셋째로 큰 나라 콜롬비아는 더욱 극단적인 경우다. 지난달 초 기준으로 약 30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가운데 근소차로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1985년 법원 점거·방화 인질극으로 악명 높은 극좌 공산당 게릴라 M-19 출신의 구스타보 페트로 전 보고타 시장이다.

내년 12월 선거를 앞둔 멕시코에서는 집권당 출신의 중도 우파 호세 안토니오 미드 전 장관이 아직 선두지만 역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내건 후보 80여명이 쏟아질 태세라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남미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집권 확률이 높은 이유로는 정치혐오가 꼽힌다. 민주선거제가 외면받으면서 극단적 성향의 열성 유권자들이 결과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아메리카바로미터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남미 유권자 중 선거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이는 58.8%에 불과했다. 범죄와 부패 문제만 해결된다면 군사 쿠데타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한 이도 37%에 달했다. 정치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좌우 극단 성향 후보가 당선되면 남미가 세계와 맺은 안보와 무역, 경제 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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