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적폐를 넘어]  “감정노동자도 이웃이자 가족… 기업마다 매뉴얼 만들어야” 기사의 사진
“감정노동자는 우리의 이웃이고 가족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성종(56·사진)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그 역시 호텔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감정노동자 출신이다. 이 위원장은 “당시 직접 대면 업무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이 고객들로부터 폭언이나 인격모독을 당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갑질’ 등으로 고통 받는 감정노동자들의 직장생활이 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년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수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 감정노동 문제에 대한 실효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트워크가 실시한 2016 감정노동자 의식·실태조사 결과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의 폭언, 폭력, 성희롱, 무리한 요구 등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4.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에선 실시되고 있지만 기업이 악성고객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객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만일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며 “감정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친절 강조 등 서비스 중심 교육을 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감정노동자들도 자기 일의 전문가인 만큼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에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공익광고를 제작하거나 공교육 안에서 감정노동 관련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과목을 신설하는 등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감정노동자 보호 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입법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7개의 감정노동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위원장은 2012년부터 감정노동에 관심 있는 이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에는 현재 노동·여성·의료·종교·법률·연구소 등 28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허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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