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3만 달러’ 단상 기사의 사진
지난주에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내년에는 넘어설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3만 달러는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늠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수치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한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30·50 클럽’에 들어선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를 말하는데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1992년부터 2005년까지 가입 순서) 6개국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때 또는 지금도 제국을 경영해봤거나 경영하는 나라들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이든 아니든 자신들의 고유 가치관에 따라 독자적인 규칙을 설정, 다른 나라에 이를 설득하거나 무력으로 강요했던 경험이 있는 강대국 또는 초강대국들이다. 이런 범주에 속할 수 있다니 뿌듯하긴 하다. 내년부터는 해외에 나가면 어깨에 힘을 줄 만한 일이다.

그런데 1인당 GNI 수준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내 삶의 질이 높아졌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수출 잘 되고, 국내총생산(GDP)도 올라가는데 내게 돌아오는 몫이나 느끼는 행복감은 그대로이거나 실질적으로 더 나빠졌다. 삶의 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고 보는 이들이 주위에 많다.

GDP나 GNI 같은 수치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이유로 1930년대 개발된 이후 최고의 지표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성장주의를 과도하게 부추기고, 환경 문제나 건강·행복 등 가치 있는 삶의 조건들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더 적극적으로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구조적 모순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났다.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많은 학자들이 단지 생산성만 측정하는 GDP나 GNI에 삶의 가치를 담은 요소를 더해 새로운 측정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치가 아니라 삶의 질을 생각할 때가 됐다.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니 말이다. 이것에 대한 이해의 폭을 서로가 좀 넓히기만 해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단 여유롭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삶의 질 지수도 더 높아질 게다. 세상사 어수선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들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더라도 3만 달러 시대에는 상대방에 대한 핏발 선 시각 대신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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