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고객이탈 가능성도 ‘금융 빅데이터’로 미리 안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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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증감·타행 이체 등 분석
신한銀 시세 산정 시스템
115만 다세대 주택 정보
20일부터 상세히 알려줘

한은, SNS·카드 이용액 파악
경제 심리도 측정 가능


건축 구조가 정형화된 아파트와 다르게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은 건물마다 특성이 다르다. 때문에 시세도 파악하기 어렵다. 1인 가구가 늘며 연립·다세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가 없어 거래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빅데이터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한다. 신한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빅데이터 기반 연립·다세대주택 시세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이달 20일부터 인터넷 사이트(villasise.com)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사용법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 검색 서비스와 비슷하다. 사이트 검색창에 주택 주소를 입력하면 지도 위에 건물 위치가 표시되고, 최근 2년간 시세 추이와 주별 거래 사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건축물 용도와 면적, 층수, 세대수, 주차장 등 기본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144만채의 건축물대장, 실거래 정보, 개별공시지가, 지하철 위치 등의 개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용량만 2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검증이 완료된 115만채의 연립·다세대주택 정보가 우선 제공될 예정이다.

막연하게만 여겨지던 ‘빅데이터’가 우리 삶에 한층 다가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내놓은 ‘금융 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 등 203개 기관의 IT 담당자 가운데 69.5%(141명)가 올해 금융IT 트렌드로 ‘금융권 빅데이터 본격화’를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런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산관리(WM) 영역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액 자산가 고객군의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WM고자산 고객관리 모형’ 개발을 마쳤다. 보유자산 증감 여부, 변동 규모, 타행 본인계좌로의 자금이체 규모 같은 동적인 파생정보 등 80여개 분석 변수를 통해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리스크 관리에도 빅데이터가 사용된다. 우리은행도 빅데이터 플랫폼 ‘빅인사이트’를 구축했다. 내외부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직원들은 빅인사이트를 통해 수집된 뉴스 기사와 소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니터링하고 은행 외부 특허와 기술인증 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고객의 은행 거래 및 라이프사이클 기반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고객관계관리(CRM) 캠페인 시스템 2.0’을 지난 6월 선보였다. 여러 채널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섞어 마케팅 타기팅을 지원한다.

한국은행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경제심리를 측정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1일 ‘2017 한국은행 경제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서 ‘빅데이터와 경제통계 편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소셜미디어상의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현재 경기 상황, 전망 등에 대한 경제주체의 심리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액, 스캐너 데이터 등 지급결제 자료로 국민계정 가계지출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심리 측정까지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편향(bias)이나 잡음 등에 노출돼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미세 조정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거론됐다.

빅데이터 활용 앞엔 아직 여러 난제가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 활용 문제가 있다. 2014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며 만들어진 개인정보 활용 관련 법만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20여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범위가 넓어 대부분의 정보가 개인정보로 분류되고 있다. 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여러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법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활용과 관련된 법적 쟁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은 많은 경우 통계적 추론의 과정을 포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차별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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