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동네 만드는 게 곧 하나님나라 이루는 일”

군산 지곡동 주민과 ‘착한 동네’ 운동 펴는 행복한교회

“착한 동네 만드는 게 곧 하나님나라 이루는 일” 기사의 사진
전북 군산 신지길에 위치한 ‘착한 동네’ 건물 전경. 다채로운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오른쪽 위는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박훈서 행복한교회 목사. 아래는 ‘미리내 운동’에 동참한 기부자들이 벽면에 붙여 둔 응원 메시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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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신지길. 지곡초등학교 후문을 뒤로하고 몇 걸음을 떼면 동화 속 오두막 같은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밝은 노란색으로 외벽을 둘러싼 건물엔 Gallery(갤러리), Library(도서관), Cafe(카페) 글자가 화살표와 함께 붙어 있다. 2층은 갤러리, 왼쪽 빨간 문은 도서관, 오른쪽 파란 문은 카페로 입장할 수 있다는 표시다. 2층 창문 옆으론 큼지막한 네 글자가 네 가지 색깔로 붙었다. ‘착한 동네’. 파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앞치마를 두른 박훈서(46·행복한교회) 목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요? 동네 이웃들의 착한 마음을 연결하는 곳입니다.”

박 목사는 교회 개척 5년 만인 2014년 12월 지곡동 주민을 위한 비영리단체 ‘착한 동네’를 세웠다. 거창한 설립정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이웃과 이웃이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만남 터를 만들자’는 소망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기부 용도로 상품 값을 미리 지불하는, 이른바 ‘미리내 운동’에 호기심을 갖고 이웃을 돌아보게 된 게 출발점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이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어요. 누군가 미리 낸 커피값을 적립했다가 커피값을 낼 수 없는 이웃에게 기부하는 거죠. ‘착한 동네’를 구상하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시스템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습니다.”

전북 지역 최초의 ‘미리내 가게’로 출발한 ‘착한 동네’ 활동은 지역 내 홀몸노인을 위한 ‘효도 세탁’과 반찬 나눔, 조손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햄버거 세트 기부, 이발 서비스 등으로 이어졌다. 카페 벽면엔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1000원 이상민’ ‘끼니 거르지 마세요. 5만원(세뱃돈)’ 등 손글씨로 적은 응원 메시지가 빼곡했다.

박 목사는 “작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탁소, 햄버거 가게, 치킨집, 미장원 등 동네 이웃들이 ‘생활 기부’란 이름으로 손을 보탰다”며 “기부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경계가 허물어지자 수혜 대상과 나눔 영역도 자연스럽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동네 청소년의 놀이터로 통했던 도서관은 ‘지식 나눔터’ ‘봉사 네트워크 회의실’로 거듭났다. 우리역사 바로 배우기, 포토그래퍼가 알려주는 사진 잘 찍는 법, 천연화장품 만들기, 우쿨렐레 강의, 주얼리 디자인 등 ‘배워서 남 주자’는 취지로 재능기부 강좌가 이어지고 있다. 매주 주일 오후엔 군산여고 군산동고 중앙여고에서 활동하는 봉사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착한 동네, 착한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댄다.

도서관을 향하는 복도 벽면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6㎡(약 2평) 남짓한 갤러리에선 연중 ‘이웃솜씨 전시회’가 열린다. 갤러리 이름은 ‘품’. 진솔함이 묻어있는 작품이라면 한낱 낙서라 할지라도 액자에 걸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작자의 마음까지 품을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이다.

이웃 간 왕래가 드물고 음침했던 원룸촌은 ‘커피값 미리 내기’란 작은 행동으로 시작한 운동 덕분에 3년여 만에 행복한 동네로 탈바꿈했다. 성도 30여명의 작은 교회가 예배당 밖 주민들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얻은 열매다. 박 목사는 “교회가 속한 동네가 어둡고, 이웃이 슬프고 외롭다면 교회가 빛과 소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하나님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이웃들이 서로를 돌보고 자기 것을 나누며 작게나마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 때 그 공간과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를 닮아가는 것 아닐까요.”

박 목사가 만든 4000원짜리 카페라떼 한잔을 받아들고 3만원을 건넸다. ‘착한 동네’ 오두막에 작은 벽돌 한 장을 올려놓은 듯했다.

군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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