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논문 1편당 1명 정도는 불필요한 공저자” 기사의 사진
평균 5.98명… 美, 4.51명 불과
저자 규정 아직 걸음마 수준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어도
윤리적으로는 잘못된 것
교수들이 ‘자격’ 적극 소명해야


“국내 논문 한 편당 공동저자 수가 5.98명인데, 외국보다 1명 정도 더 많습니다.”

엄창섭(사진)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논문 당 1명 정도 불필요한 저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저자 끼워 넣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수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펴낸 월간지 ‘과학과 기술’에서 10년 전 발표한 수치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 편당 공동저자가 4.51명에 불과했다. 이후 발표된 통계는 없지만 아직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엄 회장 생각이다.

저자 자격이 국내에서 처음 논란이 된 건 ‘황우석 사태’ 때다. 흔히 말하는 ‘명예저자’나 ‘선물저자’의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었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2004년 당시 황우석 박사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2년 후 서울대 자체조사 결과 연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엄 회장은 “이후 저자 규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고, 결국 아직도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연구와 논문 작성에 그만큼의 기여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며 “아직 이런 윤리와 규정들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중·고등학생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넣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 엄 회장은 “고려대 입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며 “한 남학생이 특허를 제출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함께 낸 특허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싶을 수 있고, 그런 참여가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이는 공적인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자녀라도 부모 자신의 논문에 참여시키는 건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미다.

엄 회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저자의 자격에 대한 논의를 한층 더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례를 일반화해 문제 삼을 수는 없고 각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과 윤리는 다르다”며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어도 윤리적으로는 잘못이 되는 만큼 교수들이 저자 자격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