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주먹구구 기사의 사진
‘닭과 토끼가 100마리 있는데 다리는 모두 272개다. 닭은 몇 마리인가.’ 옛 수학책 구장산술(九章算術)에 나오는 이원일차연립방정식 문제다. x+y=100, 2x+4y=272이므로 닭은 64마리다.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쉬운 문제다. 까다로운 문제도 있다. ‘정사각형으로 성을 쌓은 마을이 있다. 동서남북 성벽 한가운데에 문이 있다. 북문을 나와 20걸음 되는 곳에 나무가 있다. 남문 밖 14걸음 되는 곳에서 서쪽으로 1775걸음을 가면 이 나무가 보인다. 마을을 둘러싼 성벽의 길이는 얼마인가.’ 답은 1000걸음이다. 닮은꼴 삼각형의 원리를 적용한 뒤 근의 공식에 대입해 풀어야 한다. 전공자가 아니면 당황할 만하다.

구장산술은 전래되던 수학 문제를 후한시대에 집대성한 책이다. 9개 장 246개 문제로 구성돼 붙은 이름이다. 면적계산과 교환비율부터 세제곱근까지 대수와 기하학이 망라돼 있다. 삼국사기에 산학박사가 구장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기술관을 뽑는 잡과에는 산학(수학)이 필수과목이었다. 산학을 공부하려면 구장산술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지금으로 치면 수학의 정석이다. 이를 익힌 뒤 상명산법, 양휘산법, 산학계몽 같은 고급 과정으로 나아가야 했다. 세금을 걷어 군비와 관리의 봉급을 지급하고, 토목공사를 비롯해 각종 국가사업의 재정을 책임지는 호조에서 일하려면 산학이 시문보다 중요했다. 양반들도 어려운 수학책을 밤새 읽을 수밖에 없었다.

6일 새벽 국회가 2018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핵심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과정이 마뜩잖다. 1만명과 9000명을 고수하던 여야가 딱 잘라 9500명에 합의하더니 반올림해도 1만명이 안 되는 9450명을 들고 나와 9500명과의 중간치인 9475명으로 결정했다. 이런 주먹구구가 없다. 콩나물 값 흥정하는 식이다. 나라살림은 최소한 수학시험에 합격해야 손댈 수 있었던 조선시대만도 못하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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