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끌려간 네 살 외아들 눈에 밟혀… 하나님, 구해 주세요”

지난달 가족 강제 북송된 탈북민 이태원씨의 애끊는 호소

“北으로 끌려간 네 살 외아들 눈에 밟혀… 하나님, 구해 주세요” 기사의 사진
탈북민 이태원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400차 탈북난민 북송중지 촉구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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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28)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4일 중국 선양에서 체포돼 13일 만인 같은 달 17일 아내와 함께 강제 북송된 네 살배기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듯했다(국민일보 11월 6일자 25면, 29일자 13면 참조). “믿을 수가 없습니다. 늘 방실방실 웃던 아이였는데….”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이씨의 손에는 아내 구모(24)씨의 공민증과 아들 출생증이 들려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마크가 선명했다.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지내던 사진 몇 장도 보여줬다.

침울한 표정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이씨는 “제 가족이 포함된 북송 탈북민은 10명입니다. 중국 외교부가 탈북자 문제를 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브리핑까지 해 기대가 컸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가족이 체포된 뒤 중국 선양의 한국영사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에 체포 관련 소식을 알렸다. 영국 BBC, 미국 CNN 등 해외 방송사에도 영상메시지를 보내 가족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한국 외교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탈북자들의 안위를 알아보고 있다.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북한으로 끌려갔다. 외교부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라고 성토했다.

이씨는 2015년 5월 두만강을 건넜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어렵게 살았다. 죽지 않고 생존하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었던 셈이다.

탈북하기 전 그는 아내의 언니, 즉 처형의 탈북을 도운 혐의로 5년간 노동교화소 생활을 했다. 교화소에는 탈북하다 붙잡혀 온 이들이 많았다. 그들을 통해 한국, 중국 등의 바깥세상 소식을 전해 들었고 감시와 통제가 심한 북한에 미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교화소는 생지옥이었다.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신을 도끼로 갈기갈기 토막을 냈다. 한 바구니에 모아 쉽게 화장하기 위함이다.

“교화소에 들어가 수용자들 얼굴을 보니 흑인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세수를 못 하고 극심한 노동에 시달린 데다 햇볕에 타 그런 거였어요. 제대로 먹지 못해도 그렇게 피부가 까맣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씨는 탈북 뒤 한국에 정착해 북한에 남은 아내와 아들을 데려오려고 온 힘을 다해 일했다. 이번 탈북 과정에 아내와 아들 구출비용으로 3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아내와 아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눈물로 기도합니다. 하지만 한국행 직전 북송되니 하나님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악한 짓 안 하고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련을 주시다니…. 제발 제가 이 땅에 와서 믿게 된 신앙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다른 탈북민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 촉구 400차 집회를 하는 이들과 줄지어 서 있던 그는 덥석 마이크를 잡았다. “네 살밖에 안 된 아들이 감옥에 있을 걸 생각하니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울면서 아빠를 찾고 있는 악몽을 꿉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는 것은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행위입니다. 슬픔과 충격 가운데도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또다시 저와 같은 불행한 일을 당하는 탈북민이 없기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제발 탈북민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내와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씨는 “그동안 내 이익만을 위해 살았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남북통일과 북한 주민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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