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적폐 수사의 데드라인을 연말로 제시했다. 한 가지 이슈에 너무 오래 매달리는 것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장이 특정 수사의 기한을 설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올해 안에 수사를 끝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점보다는 속도에 방점을 찍어 확대 해석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문 총장의 발언에는 국민은 물론 검찰 내부의 피로감이 묻어난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서울중앙지검의 적폐 수사 대상은 모두 19건. 5개월 동안 동원된 검사만도 87명이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년 넘게 적폐 수사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지칠 만하다. 내부의 불만이 쌓이는 것 또한 당연하다. 종결 시점과 속도 문제를 넘어 더 이상 수사가 확대되고 늘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 총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등 정부 기관의 수사 의뢰나 고발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권 요구에 맞춰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청와대 하명 수사와 뭐가 다르냐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과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적부심 석방이 이어지면서 거친 수사 방식에 대한 논란은 확산 일로다. 이대로 계속 가면 조직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검찰 안팎의 조언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되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권력기관의 하명 수사 방식은 곤란하다. 기준을 세워 사건을 선별해 수사할 때가 됐다. 적폐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남발도 개선돼야 마땅하다.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신 구속 우선 수사는 한계가 분명하다. 검찰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문 총장이 민생 수사로의 전환 의지를 밝힌 대목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권력이 아닌 서민의 억울함을 먼저 풀어주는 검찰이 돼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조속히 적폐 수사를 매듭짓고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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