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연루 한국인 탈탈 턴다 기사의 사진
국세청, 역외탈세 혐의 37명 세무조사

대기업·유명인 포함
총 232명 명단에 올라

이번 세무조사서 빠진 이들도
탈루 여부 면밀히 분석 중

국세청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에 칼을 빼들었다. 혐의가 짙은 37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달 공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에 이름이 올라 있는 한국인과 국내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기업)와 외환거래 정보, 해외 현지법인 투자·거래 현황, 해외 소득 등을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 37명을 추려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일부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이름이 들어 있는 한국인과 복수의 대기업이다. ICIJ는 지난달 5일 영국령 버뮤다 로펌 ‘애플비’에서 유출된 조세회피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이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다. 여기에는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한국인 232명이 언급돼 있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잘 알려진 유명인을 포함해 100대 기업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언급된 법인과 개인 중에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아닌 이들도 탈루 혐의가 있는지 분석 중이다. 분석 결과 문제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의 탈루 혐의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국외소득을 은닉하는 게 첫 번째 유형이다. 사주가 해외현지법인 투자 명목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하거나 법인 매각자금을 은닉하는 유형도 포함됐다. 여기에 해외 거래실적·단가를 조작하는 탈루 방식을 사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세청은 국내에서 내야 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매각대금 등을 적게 받은 뒤 해외에서 중계수수료나 리베이트, 차액 등을 챙기는 수법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올해 국세청에서 적발한 국내 서비스업체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의 사주 K씨는 외국법인 B사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세청에 신고한 매각금액은 수백억원대였다. 신고를 끝낸 K씨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 A사를 세웠다. 이후 B사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돈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갔다. 국세청 조사 결과, 이 돈은 영업권을 양도하면서 맺은 이면계약에 따라 지급된 양도차익이었다. 매각금액을 축소해 국내에서 내야 할 양도세와 법인세를 줄이고, 역외에서 차액을 받아 챙긴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과는 차별화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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