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예산] 정치권 텃밭 챙기기에… 정부 소득주도성장 ‘덜커덕’ 기사의 사진
SOC 1조3000억 증액, 보건·복지·고용 1조5000억 삭감 파장

‘일자리 예산’ 난도질 당해
아동수당·기초연금
지급 시기 늦춘 게 큰 영향
청년고용 예산도 삭감돼

늘어난 SOC 예산
대부분 호남 지역에 쏠려


정치권의 텃밭 챙기기가 정부 소득주도성장 추진 일정에 제동을 걸었다. ‘일자리 예산’으로 명명한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도질당했다. 정부가 제출한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복지 분야 예산이 대폭 깎인 만큼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늘었다. 국회에서 증액한 규모만도 1조3000억원이다. 법정 시한을 나흘이나 넘겨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규모 자체는 유지됐지만 속은 멍이 든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8년 예산이 총 428조9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총액으로만 보면 국회에서 줄어든 규모는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야별 지출 규모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예산인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든 144조7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지급 시기를 늦춘 영향이 컸다. 0∼5세 영·유아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아동수당은 당초 내년 7월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6월 예정인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으로 지급 시기가 9월로 미뤄졌다. 2개월 지급이 미뤄지면서 감액된 예산 규모는 3900억원이다. 감액 규모로만 보면 노년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더 크다. 정부는 당초 내년 4월부터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5만원 상향한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역시 지방선거 논란으로 9월부터 지급하기로 하면서 7200억원이 감액됐다. 감액한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중 74% 정도를 2개 사업에서 줄인 것이다. 청년고용 예산도 삭감했다. 중소기업에 장기 근속하는 청년에게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은 381억원을 깎았다. 취약계층에게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예산도 300억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외 예산은 비슷한 수준으로 편성됐다”고 말했다.

줄어든 예산 중 상당수는 SOC 예산으로 옮겨갔다. 당초 정부는 올해 예산 대비 20%(4조4000억원) 줄인 17조7000억원의 SOC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감액분을 조정하면서 국가기간 교통망 확충 예산으로만 1조3000억원을 늘렸다.

증액 SOC 예산 상당 부분이 호남 지역에 쏠린 게 눈에 띈다. 광주-강진 고속도로 예산은 당초 455억원에서 1000억원이 늘어난 1455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역시 정부안(5170억원)보다 713억원 증액했다. KTX 호남선 2단계 사업 예산도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결정되면서 규모를 늘렸다. 154억원이던 정부안에서 배 가까운 288억원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국회의원 월급도 올렸다. 국회의원 세비 중 공무원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을 올해 대비 2.6% 인상했다.

한편 본회의에서는 일부 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아동수당과 자녀세액공제 중복지원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6세 미만 자녀에 대해 지급하는 15만원의 자녀세액공제 폐지 시점을 2021년 1월에서 2019년 1월로 앞당겼다.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율 인상안은 시행시기를 늦췄다. 정부의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율 인상 대상에서 중소기업 대주주는 1년 유예토록 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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