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강 따라 흐르는 멋과 풍류 기사의 사진
충북 영동 자풍당 인근에서 본 자라벌 풍경. 금강이 굽이돌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절경을 빚어놓았다. 주변에 양산팔경에 속하는 강선대, 함벽정, 봉황대, 여의정, 용암 등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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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강.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뜬봉샘에서 발원해 충북을 거쳐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에 이르러 서해로 흘러드는 금강(錦江)을 가리킨다. 발원지에서 강 하구까지 1000리를 흐르며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에서는 적벽강(赤壁江), 백제의 고도 충남 부여에서는 백마강(白馬江), 국악과 과일의 고장 충북 영동에서는 양강(楊江)이라 불린다.

금강이 충청도를 관통하며 양강변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절경을 빚어놓았다. 양산면에 ‘양산팔경’이라는 아름다운 장소 여덟 곳 가운데 여섯 곳이 포함된다. 강선대(降仙臺), 함벽정(涵碧亭), 봉황대(鳳凰臺), 여의정(如意亭), 용암(龍岩), 자풍당(資風堂)이다. 자풍당을 제외한 다섯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순환형 걷기길 ‘금강둘레길’도 지난 4월 조성됐다. 6㎞에 2시간 남짓 코스다.

강선대는 양산면 봉곡리 마을 앞을 흐르는 금강천변 10여m 높이의 기암절벽 위에 자리 잡은 정각이다. 아득한 옛날 하늘에서 선녀 모녀가 지상을 내려 보다가 강물에 비친 낙락장송과 석대(石臺)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하강해 목욕을 했던 곳이어서 이름을 얻었다. 옛 문인들은 강선대와 가을달밤의 황홀한 풍경을 선대추월(仙臺秋月)이라 했다. 물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삼합을 이룬 곳이라고도 한다. 양기(陽氣)강한 바위와 음기(陰氣)의 물을 소나무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정각은 없어졌지만 1954년 함양 여씨 종중에서 6각 정자를 건립했다. 청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노송에 둘러싸여 우아한 멋까지 풍긴다. ‘한우가'로 유명한 임제의 시가 정자 안에 걸려 있어 풍류를 더한다. 강선대에서부터 숲 사이로 계단이 시작된다. 강변을 따라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락내리락 걸으면 함벽정에 닿는다.

함벽정은 양산면 봉곡리에 있는 방1칸, 대청1칸의 팔작집 정각이다. 옛날 선비들이 모여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곳. 옛날 정각은 없어지고 1911년 새로 건립됐다. 소박한 모습이지만 몸 단단한 조선 남자를 보는 것처럼 풍채가 대단하다. 강변 백사장에는 물새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다워 시 읊고 글 쓰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강론했다고 전해진다.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팔경’이라 부르며 따로 즐겼을 정도다.

비단강 숲마을로 건너가는 세월교(수두교)를 건너기 전에 봉황대가 있다. 양산면 수두리 대곡 마을 입구 강 포구 앞 절벽 위에 있던 누각이다. 처사 이정인이 소일하던 곳이었으나 누각은 오래 전에 없어져 대(臺)만 남아 있다가 2012년에 새로 지어졌다. 봉황대에서 바라보는 금강 돛단배 풍경은 ‘봉대귀범’이라 한다. 지금은 물이 얕아 배가 다닐 정도는 아니다.

여의정은 양산면 송호리 산37번지 송호리 솔밭에 있는 암석위에 조선시대 연안부사(延安府使)를 역임했던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은 뒤 지은 정자다. 자신의 호를 붙여 ‘만취당’이라 한 것을 1935년 후손들이 다시 짓고 ‘여의정’이라 이름을 고쳤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 낸다. 그윽하게 펼쳐지는 송림과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이 조화를 이룬다. 여의정을 감싼 송림은 박응종이 주변에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라 가꿔진 것. 수령 100년이 넘는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로 이뤄져 소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기와 맑은 공기를 뿜어낸다. 솔밭 일원이 ‘송호국민관광지’로 지정돼 있다.

용암은 송호리 솔밭 앞 금강 한가운데 작은 섬처럼 홀로 서 있는 바위다. 승천하려던 용이 강선대로 내려와 목욕하고 있는 선녀에 반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자풍당은 양강면 두평길 2-155 새재 위 아늑한 곳에 위치한 조선시대 서당이다. 조선 중기 유학자 이충범이 제자들을 양성하던 곳으로, 인조 4년(1626년) 이후 숙종 46년(1720년)까지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쳤다.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의 서당은 18세기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원주와 커다란 자연석 주초가 사용됐고 중앙에는 대청마루, 좌우에는 방이 배치돼 있다.

영동은 감 농사를 짓기에 최적화 돼 있다. 감 농사의 기본 조건인 기온과 토양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리적으로 추풍령 인접 지역이라 해발이 높아 너무 덥지 않은 데다 화강암이 풍화된 땅이라 배수가 잘 된다. 감을 깎아 매달아 45일 동안 자연건조시키면 쫀득·달콤한 곶감이 된다.

감고을 영동에서 ‘2017 영동곶감축제’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영동하상주차장, 영동특산물거리에서 열린다. 소백산맥 깊은 산골의 차갑고 신선한 바람이 만들어 더욱 쫄깃하고 주홍빛 화사한 빛깔이 일품인 명품 영동 곶감을 즐길 수 있다. 곶감 나눠주기, 곶감 따기, 곶감 시식 및 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여행메모
다시마와 멸치로 낸 육수에 달걀 푼 물쫄면 별미… 천연암반수로 씻어 말린 산골오징어 쫄깃 담백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강선대, 여의정 등 양산팔경이 집중된 양산면 금강변에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이어 4번 국도를 타고 영동 방향으로 달리다 약목사거리에서 우회전해 505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죽청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다리를 건넌 뒤 직진하면 봉곡교에 닿는다.

영동은 물쫄면(사진)으로 유명하다. 쫄면을 토렴한 뒤 다시마와 멸치 등으로 맛을 낸 육수를 붓는다. 잔치국수나 우동처럼 보이지만 면이 쫄깃하다. 달걀을 풀어준 육수의 시원함이 입맛을 당긴다. 영갑식당(043-745-3590)이 소문난 집이다.

영동의 먹거리로 특산물인 산골오징어도 있다. 영동산골오징어(043-743-1194)는 바다에서 어획한 싱싱한 오징어를 영동산골로 운반해 55가지 검사를 통과한 지하 170m 천연암반수로 깨끗하게 씻고, 산골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과 자체 개발해 실용신안특허를 받은 건조 방법으로 말린다. 쫄깃하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올뱅이'(다슬기의 충북 방언) 해장국을 파는 음식점들도 많다. 양산면 금강변에는 어죽과 민물고기를 동그랗게 돌려 담아 조린 '도리뱅뱅이'를 내놓는 식당이 즐비하다. 영동의 새로운 볼거리로 영동읍 매천리 과일나라 테마공원이 부상했다. 열대 과일과 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과일조경원'이 지난달 개장했다.

영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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