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태안 기름유출 그 후 10년 기사의 사진
충청남도 태안(泰安)은 소태(蘇泰)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고려 충렬왕 24년(1298년)에 현재의 지명으로 바뀌었다. 이 지역 출신 이대순이 중국 원으로부터 총애를 받아 소태가 태안으로 개칭됐고 동시에 현에서 군으로 승격됐다. 태안은 ‘태평하고 안락하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혔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고 꽃게가 넘쳐나던 이곳은 정확히 10년 전 ‘검은 지옥’으로 변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때문이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1만여㎘가 바다로 쏟아진 것이다. 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한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수십년이 걸려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양동이로 기름을 퍼 나르고 바위 사이에 낀 기름을 닦아내던 손들이 모여 거대한 인간 띠를 형성했다. 전국에서 달려온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그렇게 기적의 바다를 일궈냈다. 검은 타르 덩어리로 오염된 바다는 어느새 비취색 물빛을, 코를 찌르던 악취는 비릿한 바다 내음을 되찾았다. 생태계 역시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진행한 ‘유류유출 사고에 따른 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08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했던 잔존 유징이 2014년 기준 0%로 바뀌었다. 지난해 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태안해안국립공원 보호지역 등급을 ‘카테고리Ⅴ’(경관보호지역)에서 ‘카테고리Ⅱ’(국립공원)로 상향 인증했다.

인간의 실수로 무참히 파괴됐지만 자연의 경이로운 힘과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어우러져 태안이 어머니 같은 풍요로운 바다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10년의 세월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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