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기사의 사진
가야 유적은 영남권 아니라 호남권에서도 나와 당시의 활발했던 교류를 보여준다. 사진은 문화재청이 최근 발굴조사를 마친 전북 장수군 동촌리의 가야 고분군과 이곳에서 나온 토기류(아래 사진).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정비사업 세부 추진계획 발표

내년까지 ‘가야총서’ 발간
실체 규명 위한 연구 활성화
역사·문화적 가치 재조명
예산 투입해 사적 보수·정비


삼국시대에서 ‘사국(四國)시대’로?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인 가야사 연구 및 정비 사업에 대한 정부 청사진이 마련됐다. 가야 유적은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동시에 발굴되고 있고, 이는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국책 사업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화재청은 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와 정비사업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가야사는 고대사 규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도 신라나 백제에 비해 연구와 유적 정비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가치가 있는 유적은 문화재로 지정하고, 이미 지정된 문화재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를 위해 내년까지 ‘가야총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가야총서는 각종 문헌과 일제강점기 조사자료, 발굴조사 보고서, 연구 논문을 집대성하고 지금까지 확인된 가야 유적과 유물을 주제·종류·연대별로 정리하는 책이다. 2019년까지 유적 분포 지도를 만들고 통합 DB도 구축한다.

또 가야 역사의 실체를 규명할 연구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현재 사적 500개 중 가야 유적은 26개에 불과하다. 가야 고분·성곽 1274건 중 30.8%(392건)만이 발굴 조사가 이뤄진 상태다. 가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김해대성동고분군 등 영남지역 가야 고분군을 2019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일도 추진된다.

현재 연 125억원인 사적 보수·정비 지원액은 내년에 145억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신라유적지인 경북 경주의 8개 사적 보수정비 내년 예산 400억원에 비하면 그래도 적은 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청와대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가야사 연구가 국정과제에 포함돼야함을 재차 강조했다. 가야 유적은 경남을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치는 역사로 생각하지만 호남권인 광양만 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에서도 유적이 나오고 있다.

학술 연구의 물줄기가 정권의 이해에 따라 조정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전임 박근혜정부에서는 신라 수도인 경주의 월성(月城) 정비가 강조되고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월성 신라왕궁 발굴현장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가야사 연구의 권위자인 인제대 이영식 교수는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 기록이 보이는 가야는 현재 발견된 지역만 12곳이나 된다. 영남권뿐 아니라 장수 남원 등 전북의 동부지역, 광양 순천 여수 곡성 등 전남 동부지역에도 퍼져 있었다”면서 “영호남의 구분은 현대에 와서 생긴 선입관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야는 고려나 조선보다 긴 600년이나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역사인 신라사에 묻혀 홀대받았다. 이 교수는 “그동안 가야사는 일본이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로 인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며 “가야사 연구가 안 되면 고대사 연구 자체도 밑 빠진 복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고대사는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로 재편돼야 할 것인가. 그는 “고대사를 사국시대로 정의하는 것은 가야를 빼고 삼국시대로 정의한 폐쇄적인 인식론과 마찬가지”라면서 “부여 옥저 동예 등을 포괄한 열국시대로 정의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인식이 바람직해보인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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