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대는 지금… 아픈 청춘이 된 그들, 그래도 희망은 숨쉰다 기사의 사진
1988년 창간한 국민일보는 이제 만 스물아홉 청년이 됐다. 국민일보와 마찬가지로 1988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지난 29년은 어떠했을까. 부침 속에서도 사랑·진실·인간이란 사시(社是)에 어긋나지 않게 제자리를 지켜왔던 국민일보처럼 그들도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헤쳐 왔다.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꿈을 들어봤다.

■김광현 프로야구 SK 투수 “부상 딛고 내년엔 꼭 등판하겠다”

지난 10월 27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34일간 일본 가고시마에서 유망주캠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에도 내년 시즌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불펜투구를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초 일본에서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내내 재활했다. 정말 아쉬운 한 해였다. 야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공을 오래 던지지 못한 적은 처음이었다.

재활을 하면서 다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창 순위 싸움에 매달려 있던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내년은 서른 살이 되는 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겠다. 그리고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 올해 아쉬웠던 점을 꼭 만회하고 싶다.

■김엄지 소설가 “독자들께 공감·용기 드리고 싶어”

예민하고 불안감이 많은 편이다. 성향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겪은 두 번의 교통사고 영향이 큰 것 같다. 열 살 때 택시에 치여 두 달 정도 입원했다. 스물세 살 땐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인지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 등을 탈 때 불안감이 커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통사고 장면이 꿈속에 나온다. 트라우마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많다. 마인드컨트롤에 힘쓰지만 잘 극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것이 평안해지리라는 희망으로 산다. 소소한 즐거움에서 희망을 찾는다. 가족들과 칼국수를 맛있게 먹을 때, 재미있게 수다를 떨 때, 엄마가 겨울이라며 내복을 사줄 때를 소중히 여기려 한다.

삶의 고요한 순간들을 소설에 담으려 한다. 문학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독자들께 공감과 용기를 드리고 싶다. 진심을 다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김재원 피아니스트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하면서 자랐다.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배웠고 열두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치게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고졸’ 피아니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은 채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몇 년간 고생하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주변에 있는 좋은 선배 친구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줘 꾹 참았다. 겪어야 할 어려움보다는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던 것 같다.

서른을 앞둔 올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직접 공연을 기획해 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연주자들과 힘을 모아 ‘Club M’이라는 팀도 만들었다. 집에서도 독립했다. 발전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게 서른 살이 되는 내년의 가장 큰 소망이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음악의 방향은 늘 같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유민 충북도 공무원 “서른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 시작”

충북 청주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공직사회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작은 힘이지만 나라와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1년 3개월 동안 길고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끝에 지난달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충북도자치연수원에 발령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 모든 것이 긴장되고 낯설다. 업무를 처리할 때 실수도 많지만 선배들의 가르침으로 적응하고 있다. 꾸준히 노력해 전문성을 기르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기회인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해야 업무에 충실할 수 있고 가정도 책임질 수 있다. 바쁘지만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려 한다. 서른을 앞둔 올해는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혜수 WBF 챔피언 "엄마 복서의 투지 보여주고 싶다"

지난해 7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얻은 엄마다. 지난달 세계복싱연맹(WBF)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복싱선수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가 왜 얼굴을 다쳐가면서 링에 서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엄마라도, 아니 엄마여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침체된 한국 복싱을 되살리려면 선수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야 할 것 같다. 다른 기구나 체급의 타이틀도 따겠다는 목표를 세운 건 이 때문이다. 이달 중에는 국제여자복싱협회(WIBA) 라이트플라이급 경기에 나선다.

운동선수이자 엄마로서 계속 노력하겠다. 출산 전엔 초등학교 육상부 코치로 일하며 선수생활을 병행했다. 아마추어 종목에는 유망주들이 많지만 지원이 부족하고 환경도 열악하다. 아마추어 선수, 지도자의 처우와 신분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최승현 강원도 공무원 "평창올림픽 준비하며 자부심 느껴"

나는 1988년에 태어난 ‘88올림픽 둥이’지만 이전까지 올림픽은 나와는 상관없는 축제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역사의 한 장면에 함께하고 있다. 강원도의 올림픽운영국 총괄관리과에서 자원봉사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림픽을 내손으로 직접 준비한다는 데 희열을 느낀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들이 가슴속에 ‘강원도는 친절하고, 미소가 가득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새기고 돌아가도록 하겠다.

내년이면 꼭 서른이 되는데 대한민국의 미래는 30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도민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겠다.

■최예슬 부산경찰청 경사 “청년들 꿈 펼칠 수 있는 세상 기대”

대학에서 전자통신을 전공한 뒤 애초 꿈이었던 교사의 길을 접고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용 5년차지만 아직도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친구들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친구가 많아 말문을 열기 어렵다. 힘들고 고단해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친구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청년실업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생도 해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데 아직 소식이 없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발표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내년에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철민 영농조합법인 대표 “농사일을 천직이라 여기고 최선”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영농조합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다. 2013년 낙안형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벼 생산 부산물인 곤포사료(조사료)를 유통·판매하고 있다. 8000㎡ 규모의 하우스에서 오이 재배도 하고 있다. 초·중·고교를 다닐 때부터 집안의 농사일을 도왔다. 고등학교 입학 후엔 트랙터와 이앙기 다루는 일을 도맡았다. 대학 졸업 후엔 탄탄한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진로 고민 끝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농사일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오이재배로 3억원, 조사료 판매로 2억5000만원 등 연간 5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농사 규모가 꽤 큰 편이라 힘들지만 어떤 직업도,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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