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쓸모 있는 자전거길 기사의 사진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2014년 실시된 교통수단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보유율은 22.7%다. 대략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네덜란드 독일 같은 서유럽 국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자전거 열풍이 대단했다. 정부가 나서 서울과 부산을 잇는 자전거길을 만들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종주한 사람에게는 국토교통부에서 인증서와 메달을 보냈다. 지방자치단체도 경쟁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교통수단으로써 자전거는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 오히려 전보다 나빠졌다. 원거리 레저용 자전거길만 잔뜩 만들고는 친환경 녹색교통을 달성했다고 자랑한 탓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생활 속에서 이용하도록 돕는 것은 뒷전으로 미뤘다. 여가를 즐기는 사람을 위해 세금을 쓰고는 대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홍보했다. 1년에 딱 하루 시내 간선도로를 통째로 자전거에게 내주고는 매일 열심히 타라고 떠들었다. 정작 자전거길이 필요한 곳에서는 아스팔트에 페인트로 줄을 긋고는 전용도로라고 우겼다. 사람 다니기도 좁은 인도에 억지로 만들고는 ‘총연장 몇 ㎞ 달성’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경찰차가 버젓이 주차된 자전거도로마저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문화가 이상하게 변질했다. 일상적인 삶과 멀어져 점점 특별한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많은 사람이 한강시민공원에 나오려면 외국의 고급 브랜드 자전거를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싼 저지를 입지 않으면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자격이 없다고 착각한다.

보통 사람은 5㎞ 넘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일에 지장을 준다고 여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출족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생활 속 자전거가 행정 목표라면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다. 서울시가 연말까지 동대문에서 광화문을 잇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마포대로에도 조성해 광화문∼한강 축도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제발 쓸모 있게 만들었으면 한다. 방법? 서울시 자전거도로 책임자가 며칠만이라도 자출족 생활을 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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