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돈나무 카카오 기사의 사진
카카오는 코코아와 초콜릿의 원료다. 중앙아메리카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활엽수다. 카카오 열매 씨앗만 거두어 커피처럼 볶아 빻으면 코코아, 설탕과 우유를 섞어 가공하면 초콜릿이다. 중남미 원래 주인인 마야족과 아즈텍족은 카카오로 카페인 음료를 만들어 장복해왔다. 특히 아즈텍 왕국은 카카오 씨앗을 물물교환의 용도, 즉 화폐로도 사용했다. 노예 1명을 사려면 100알, 매춘엔 12알 정도였다고 한다. 카카오는 돈이 열리는 나무였던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은행업계 연말 대상감이다. 지난 7월 27일 영업점 없이 문을 열어 4개월 만에 465만명 고객을 끌어 모았다. 손님이 맡긴 돈은 4조5200억원, 빌려준 돈은 4조5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실제 주인은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을 소유한 카카오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예기획사에 대리운전까지 영업을 전방위로 확장하는 그곳이다. 통신기업 KT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를 운용한다. 틈날 때마다 이들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풀어달라며 공청회를 연다. 돈이 더 많이 열리는 나무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목을 끌긴 했지만,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3분기 은행연합회 공시결과 카카오뱅크는 3개월 만에 668억원 적자를 냈다. 은행이 부실대출에 대비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대손준비금 비용까지 합치면 적자폭이 861억원까지 올라간다. 가입 고객에 환호하며 원래 자본금 3000억원에 5000억원을 늘려 8000억원까지 확보했는데, 그중 10%를 불과 석 달 만에 까먹은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물론 이자이익을 남겼다. 예대 마진을 통한 3분기 누적 순익이 127억원이다. 인기를 모은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은 석 달 새 대출 평균금리가 0.50% 포인트 올라갔다. 다른 시중은행 상승분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적자폭이 커진 건 수수료 비용 때문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에 입출금을 위해선 다른 은행과 편의점의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 수수료를 고객 대신 카카오뱅크가 내고 있다. 그 비용이 221억원이나 됐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6월 말까지 고객의 수수료 면제 조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한 혜택처럼 포장됐지만, 웬만한 시중은행 주거래 고객이라면 지금도 ATM을 수수료 없이 이용한다. 이 혜택이 중단될 경우 카카오뱅크란 돈나무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글=우성규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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