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의 아픔, 섬김으로 승화하고… 유경식 목사 별세

그리스 아테네서 난민 사역하던 유경식 목사 별세

아프간 피랍의 아픔, 섬김으로 승화하고… 유경식 목사 별세 기사의 사진
고 유경식 목사 유족과 샘물교회 교인들이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교회에서 진행된 유 목사 발인식에서 운구 행렬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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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에게 피랍됐다가 풀려난 유경식 목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나님 품에 안겼다. 향년 65세. 유 목사가 속했던 샘물교회(샘물·은혜샘물·좋은나무 교회로 분립) 교인들은 9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교회에서 발인예배를 드리며 고인의 헌신적인 삶을 기렸다.

유 목사는 피랍 사태 이후 2014년부터 그리스 아테네에서 아프간 난민 선교사로 사역했다. 선교 보고차 지난달 잠시 귀국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보행자 신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달려오던 버스에 부딪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병원에 후송됐으나 안타깝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유 목사는 2007년 7월 분당샘물교회 봉사대원 중 한 명으로 아프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대원 중 최고령(당시 55세)으로 고려신학대학원에 다니던 만학도 전도사였다. 당시 인솔자였던 배형규 목사와 대원 심성민 성도는 탈레반에 의해 끝내 희생됐다. 유 목사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만약 탈레반이 인질을 처형한다면 나이가 제일 많은 내가 고난의 가장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무렵, 유 목사는 그리스에 아프간 난민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해 4월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현지를 찾았다. 이어 아프간 난민을 위해 현지에서 무료급식소 사역을 하고 있던 양용태 선교사가 휴식하는 4개월 동안 대신 사역을 맡았다. 당시 경험은 아프간에서 겪었던 아픔을 섬김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4년 2월, 그는 샘물교회 선교사로 아테네에 정식 파송되면서 아프간 난민 사역에 뛰어들었다. 2015년 7월 19일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아가페 센터’를 설립하고 첫 예배를 드렸다. 공교롭게도 피랍당했던 날과 같은 날짜여서 그에겐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됐다.

유 목사는 이국땅에서 언어 문제로 힘겨워 하는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정규 영어 강의를 개설하고 그리스어를 가르쳤다. 또 난민들이 목사나 비즈니스 선교사가 되어 현지 사역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 7월에는 난민 쉼터를 열기 시작해 최근까지 4개를 완공했다. 아가페 센터 교인은 70여명으로 늘어 분립개척을 앞두고 있다. 유 목사는 난민들에게 교회를 맡기고 새 교회를 개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부재로 아가페 센터와 관련된 아프간 난민 사역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발인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고인의 생전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4년 2월 그리스로 떠나기 전 파송식을 담은 영상에서 유 목사는 “아프간 난민들이 사는 곳에 가서 교회를 세우고 복음화하는 게 저희가 하려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최문식(샘물교회) 목사는 “유 목사는 단기간에 그 어떤 선교사도 하지 못할 사역들을 충성스럽게 해나갔다”며 “고인의 죽음을 통해 한국 교회 수많은 성도들의 마음이 움직여 그의 사역을 이어갈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고 설교했다. 박은조(은혜샘물교회) 목사는 “피랍 사건 이후 아프간 사역을 다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유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생을 헌신했다”며 “유가족이 위로받고 아프간 난민 사역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교회가 함께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성남=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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