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국회 세종시 이전 기사의 사진
독립전쟁 이후 초기 미국은 뉴욕을 연방수도로 정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미국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필라델피아로 수도를 옮겼다. 그러다가 북부 주들의 빚을 넉넉한 남부 주들이 갚는다는 불만이 나오자 조금 더 남쪽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시절 북부와 남부의 경계선이던 포토맥 강변 일원에 세워진 계획 도시가 워싱턴DC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동쪽에 있는 오타와가 수도가 된 것도 사연이 있다. 19세기 초 영국 식민지였던 캐나다는 연방을 세우면서 토론토 킹스턴 몬트리올 퀘벡 네 도시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다. 영국 세력이 막강하던 토론토나 킹스턴을 수도로 하면 프랑스계 반발이 클 것이고, 그렇다고 프랑스인이 세를 확장하던 몬트리올이나 퀘벡을 수도로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호주는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인 1909년 캔버라를 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해 시드니에 있던 총독, 총리 관저를 1927년부터 옮겼다. 1956년 브라질 주셀리노 쿠비체크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수도 이전 건설에 착수해 1960년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이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계획은 무산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수도 개헌과 구체적으로 국회 세종 분원 설치, 행정안전부 등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했다.

지난주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용역비 2억원이 책정됐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느라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길국장’ ‘길과장’을 없애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게 맞다. 한국행정연구원 용역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 이상과 전문가 65%가 국회 분원 설치나 국회 이전에 찬성했다. 이전 비용 대비 6∼7배의 국토균형발전·수도권 민간기업의 지방이전 촉발 효과와 연간 5000만∼5억원가량의 공무원 출장비용 감소도 기대된다고 한다. 행정수도 공약이 선거철 충청표심을 잡기 위한 ‘립서비스’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할 일은 안 하고 세비 올리면서 임시국회에 해외여행 가는 국회의원들을 조금이나마 일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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