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예루살렘 기사의 사진
평온함을 간직한 세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 도시 곳곳을, 마을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하기에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로를 증오하고 살육을 자행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 587년 바벨로니아의 공격을 받아 허물어졌던 예루살렘은 기원후 70년 티투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에게 아예 초토화된다.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누가복음 21:6)는 예수의 예언처럼 예루살렘은 흔적마저 지워질 정도로 파괴됐다. 1차 십자군 원정대는 1099년 6월 예루살렘성 안으로 진입, 이틀 동안 이슬람교도나 유대인은 물론 동방교회 기독교인들까지 무차별 학살하고 약탈한다. ‘살육의 규모가 너무 커 병사들은 발목까지 찬 핏속을 걸어갔다’는 무명씨의 기록도 남아 있다. 900여년이 지난 2001년 교황 바오로 2세는 십자군 전쟁 때 저지른 학살을 사과했다.

1차 십자군 전쟁 후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1187년 7월, 시리아의 맹주 살라딘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십자군을 궤멸시킨다. 하지만 그는 살육과 파괴를 철저히 금지했다. 예루살렘 왕국의 항복 조건대로 일정한 돈을 내면 포로를 풀어줬고, 그나마 가난한 이들에게는 받지 않았다. 1차 십자군 원정대의 학살을 우아한 방법으로 ‘복수’한 셈이다.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2005년작 ‘킹덤 오브 헤븐’은 그때 예루살렘 공방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실감 나게 그렸다. 현대에는 1∼4차 중동 전쟁(1948∼73년)을 비롯해 80년대 이후 레바논 전쟁, 가자 전쟁 등 충돌이 끊임없었다.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저항운동 인티파다가 두 번 일어나 수천명의 사상자도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는 아랑곳없이 예루살렘에 ‘폭탄’을 던졌다. 3차 인티파다까지 예상될 정도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증오와 이기심은 변한 게 없다. 창과 방패가 전투기·미사일·탱크로 변했을 뿐이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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