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39) 부천성모병원 부인암클리닉] 다학제협진시스템 가동… 부인암 파수꾼 역할 기사의 사진
부천성모병원 부인암클리닉 다학제 협진팀. 사진 왼쪽부터 방사선종양학과 윤세철, 혈액종양내과 이국진, 간담췌외과 나건형, 산부인과 이해남(과장), 방사선종양학과 유미나, 병리과 이희정, 산부인과 이대우, 대장항문외과 안창혁 교수. 부천=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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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은 질과 맞닿은 목 부분에 해당하는 자궁경부와 몸체인 자궁체부, 난소와 나팔관 등 부속기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자궁암이라고 하면 자궁 경부와 체부 쪽에 발생하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을 일컫는다. 난소암은 말 그대로 난자를 생산하는 부속기 난소에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난소암이다. 질 출혈, 분비물 증가 등 비교적 초기부터 이상 증상을 보이는 자궁암과 달리 발병 초기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부인암클리닉 이해남(47) 교수는 18일 “실제 난소암 진단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지각 발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난소암은 암세포가 복강 내 다른 장기로 튀어버린 다음에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치료율과 5년 생존율이 자궁암에 비해 낮다. 이 교수는 “난소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 비율을 높이는 게 곧 부인암의 완치와 암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자궁암은 이와 반대다. 난소암에 비해 치료율과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주요 증상인 질 출혈과 분비물 증가로 인해 발병초기인 2기 이내 조기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그만큼 빨리 대처할 수 있어서다.

인천·부천지역 부인암 지킴이 역할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는 1990년 인천·부천 지역 최초로 부인암 클리닉을 개설한 이래 27년째 수도권 서남부 지역 부인암 파수꾼 역할을 감당해오고 있다.

이곳을 찾는 여성 환자는 연인원 2만여명이다. 연평균 15%씩 진료인원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약 40%가 부인암 환자들이다.

현재 산부인과 이해남 교수와 이대우(43) 교수팀이 부인암 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이해남 교수는 96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2007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 6개월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시스템 생물학을 익히고 돌아와 암 특이 단백질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공공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암을 치료할 때 문제가 되는 약제내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활동하며 이대우 교수와 함께 부인암 클리닉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대우 교수는 9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산부인과학교실 부인종양학 임상강사,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임상조교수를 지냈다. 지난 한 해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개발연구는 현재 독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2상 임상시험까지 완료돼 상업화 단계에 와 있다. 이 연구가 끝나면 자궁경부암은 암 백신으로 예방은 물론 치료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종양학과 등과 최강 협진체제 구축

부인암은 발생 부위가 골반 안쪽이라 조금만 발견이 늦어도 복강 내 주변 장기로 전이돼 있기 일쑤다. 난소암의 경우 간 주위의 횡경막과 복강 내로, 진행성 자궁경부암은 인접한 직장 쪽으로 잘 옮겨 붙는다.

이 때문에 이해남·이대우 교수팀은 부인암 환자를 만나면 처음부터 전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과 교수들과 공동 운영하는 다학제협진시스템을 가동한다. 최선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협진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삼삼오오 모이는 형식과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점심시간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정기 협진은 산부인과 이해남·이대우 교수팀은 물론 혈액종양내과 이국진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윤세철·유미나 교수, 영상의학과 임현욱 교수, 병리과 이희정 교수 등 7명이 환자에 대한 치료계획을 결정하는 회의다.

수시 협진은 급히 의견을 구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꼭 필요한 이들만 일부 참여하는 형태다. 환자의 몸속에 일어난 아주 작은 변화와 이상 증세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이해남·이대우 교수팀은 간이나 직장 쪽에 전이가 이뤄진 난소암일 때도 치료 전 간담췌외과 나건형 교수, 대장항문외과 안창혁 교수 등과의 협진을 통해 완벽한 치료계획을 짜고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중기 이상 진행 단계라도 수술할 때는 전이암까지 동시에 제거해줌으로써 환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난소암 치료에 유전자분석 적극 활용

자궁암 절제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을 이용한다. 절개부위와 수술 후 흉터를 최대한 줄여주려는 배려다. 복강경으로 자궁암을 도려내면 수술 상처가 작고 출혈도 적어 수혈 부담을 덜 수 있다. 수술 후 회복이 빠른 이점도 있다.

다만 난소암은 개복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의 난소암은 암세포가 난소 껍질 부위(상피) 쪽에 발생하고 복강 내로 잘 번진다. 수술 중에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뱃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시행하는 개복수술이 낫다.

이해남·이대우 교수팀은 이와 함께 난소암 환자가족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 및 유전자 상담도 적극 시행 중이다. 특정 유전자(BRCA1, 2)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은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에 걸릴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멀쩡한 가슴과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이유도 부모로부터 돌연변이 BRCA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해남 교수는 현재까지 이런 유형의 난소암 환자가족 40여명을 찾아내 관리 중이다. 이들은 모두 난소암 환자가 1명 이상 나타난 가계에 속한 여성들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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