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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정상회담 결과 냉정하게 평가해야

“자화자찬으로는 북핵 위기 해결할 수 없어… 한·미동맹 약화시키는 성급한 관계개선 무의미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가 큰 성공을 거뒀다는 청와대의 17일 자체 평가는 발표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한 한반도 평화 원칙에 중국이 지지했고, 사드 갈등 이전으로 경제협력을 회복할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돈독한 우의와 신뢰를 구축했고 경제적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화자찬만으로는 실타래처럼 엉킨 한반도 위기를 헤쳐 갈 수 없다. 더욱 엄격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을 논의하는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조공 외교’ ‘삼전도 굴욕’ ‘구걸 외교’라는 말로 비난한 야당의 감정적 대응은 지나치다. 하지만 이같은 정치 공세에 맞선다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는 식으로 지지자들을 향한 감성적인 홍보에 몰두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모두 기대치를 크게 낮춰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무례한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음도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는 무조건 아니라고 강변할 게 아니라 냉정한 태도로 사실관계를 하나씩 짚어가며 자존심이 상한 국민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합의한 4대 원칙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지난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비확산에 협조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과 북한이 해결할 문제라고 뒤로 빠진 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시 주석과 합의해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 공고한 한·미동맹에 기초해 북핵을 완전하게 제거한다는 우리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시한이 3개월 남았다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과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더욱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장기적인 과제와 당장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나눠 전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더욱 냉정하게 분석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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