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관찰예능·아이돌과 보낸 1년… 2017 대중문화 결산 (上) 기사의 사진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베테랑 배우 나문희의 활약이 돋보인 '아이 캔 스피크',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에 오른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장면들(위 사진부터). 각 배급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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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는 2017년 문화계를 정리한 기사를 2회에 걸쳐 내보냅니다. 첫 회는 올해 국내 대중문화계를 돌아본 내용입니다. 영화계 방송계 가요계를 각각 뒤흔든 이슈를 한 데 모아 정리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공연계 문학계 미술계 이슈를 정리한 기사가 실립니다.

■영화계

외형 제자리걸음·내실 악화
300만 이상 영화 18편 불과
역사·범죄액션 장르에 편중
‘택시운전사’ 유일한 1000만
할리우드 영화 매서운 공습

영화계는 올해도 정체기가 계속됐다. 5년 연속 연간 관객 2억명을 돌파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내실은 더 안 좋아졌다. 300만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18편(외화 포함)에 불과하다. 장르적으로는 역사물과 범죄액션물에 편중되면서 관객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누적 관객 수 1218만명)다.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는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으며 역대 19번째 1000만 관객 위업을 달성했다. 주연배우의 호연과 작품의 완성도가 호평을 받았다. 촛불 정국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국민 의식이 고양된 사회 분위기 또한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다양한 역사물이 극장에 걸렸으나 희비는 엇갈렸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다룬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좌초됐다. 병자호란 배경의 ‘남한산성’은 간만에 나온 수작(秀作)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성을 놓치고 말았다. 반면 일제가 남긴 아픔을 성숙한 자세로 돌아본 ‘박열’ ‘아이 캔 스피크’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를 제외하면, 여배우들의 활약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여배우가 중심에 설 수 있는 작품 수 자체가 적었다. 김옥빈의 ‘악녀’, 염정아의 ‘장산범’, 김혜수의 ‘미옥’, 문근영의 ‘유리정원’ 정도가 관객을 만났다. 문소리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기록됐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 ‘공조’(781만명)를 필두로 남성 위주의 범죄액션물이 줄을 이었다. ‘프리즌’ ‘조작된 도시’ ‘불한당: 나쁜 놈들의 도시’ ‘살인자의 기억법’ ‘범죄도시’ ‘꾼’ 등 장르 편식이 나날이 심화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떠오르면서 이 같은 영화들의 범죄 표현 수위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브이아이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 상황을 적나라하게 재연해 뭇매를 맞았고, ‘청년경찰’은 여성 캐릭터와 범죄 묘사 방식에 있어 부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유독 외화(관객 점유율 51.4%·11월 누계 기준)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높은 인지도와 견고한 팬덤을 갖춘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공습이 매서웠다.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는 첫 에피소드를 담은 ‘스파이더맨: 홈커밍’(725만명)은 전체 흥행 3위에 올랐다. ‘킹스맨: 골든 서클’(494만명) ‘토르: 라그나로크’(485만명) ‘미이라’(368만명) 등도 선전했다.

다양한 소재의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눈길을 끌었다. 최승호 감독이 MBC 사장 임명 전 선보인 ‘자백’ ‘공범자들’은 국정원 간첩조작사건과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의 공영방송 현실을 각각 다뤄 이슈몰이를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담은 ‘노무현입니다’(185만명)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방송가

‘미우새’ 등 관찰 예능 인기
최고의 깜짝스타는 김생민
팟캐스트로 시작해 TV 고정
스타PD 나영석의 파워 여전
드라마 ‘도깨비’ 신드롬도

올해 방송가에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콘텐츠는 꾸준히 등장했다. 하반기에 KBS와 MBC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화제작이 예년보다 적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많은 프로그램이 안방에 위로와 안식을 선물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선도한 건 스타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관찰 예능’이었다. 특히 ‘미운 우리 새끼’(SBS·이하 미우새)의 인기가 대단했다. 지난해 8월 첫 방송된 미우새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지난 5∼6월에는 시청률이 20%를 넘나들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미우새 출연자 중에는 가수 겸 방송인인 이상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시청자들은 거액의 빚을 지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나 혼자 산다’(MBC) ‘효리네 민박’(JTBC) 등의 관찰 예능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7년 방송가의 ‘깜짝 스타’는 연예계 대표 짠돌이로 통하는 방송인 김생민이었다. 리포터로 활약하던 그는 데뷔 2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시작이었다. 청취자의 씀씀이를 분석해 맞춤형 재무 상담을 진행하는 콘셉트였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대박’이 났다. KBS 2TV에는 동명의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스타 PD인 나영석 PD의 파워도 여전했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상 tvN) 등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작품이 성공을 거뒀다. 특히 지난 3∼5월 방영된 ‘윤식당’은 최고 시청률이 14.1%에 달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안방에 재미와 ‘힐링’을 동시에 선사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많은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참신한 예능 콘텐츠는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나마 독특했던 현상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뤘다는 점이다. 지난 4∼6월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2’(Mnet)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반기에는 비슷한 포맷인 ‘더 유닛’(KBS2) ‘믹스나인’(JTBC) 등이 잇달아 제작·방영됐다.

올해 드라마 시장의 최고 화제작을 꼽으라면 ‘도깨비’(tvN)부터 언급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된 이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이 20.5%를 기록했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케이블채널에서 20%를 넘긴 콘텐츠가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

스릴러나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이른바 ‘장르극’의 약진도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피고인’(SBS) ‘명불허전’(tvN) ‘터널’(OCN)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반기 최고 인기작은 ‘황금빛 내 인생’(KBS2)이다. 지난 9월 첫 방송된 이 작품은 현재 ‘마의 시청률’로 통하는 40% 고지를 넘어섰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뤘지만 소현경 작가의 필력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가요계

원더걸스·소녀시대 저물고
워너원·JBJ 등 신인그룹 탄생
방탄소년단, 월드스타로 성장
나훈아, 11년 은둔 접고 컴백
음원 강자 윤종신의 활약도

아이돌 그룹의 역동적인 변화가 눈에 띄는 한 해였다. 활동에 마침표를 찍거나 멤버 탈퇴로 변화를 맞은 그룹이 있는 반면 대형 신인도 등장했다.

우선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국민 걸그룹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시대가 저물었다. 원더걸스는 지난 1월 해체를 발표하면서 고별송 ‘그려줘’를 냈다. 소녀시대는 지난 10월 멤버 서현 수영 티파니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다른 노선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 제시카의 탈퇴에도 공고히 활동을 이었지만 5명만 남아 전 같은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씨스타도 지난 5월 해체를 발표했다. 멤버 다솜 소유는 기존 소속사, 보라는 다른 소속사에서 둥지를 틀고 새 활동을 시작했다. 효린은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미쓰에이도 큰 고비를 맞았다. 멤버 민은 지난달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끝냈다. 앞서 지아도 팀을 탈퇴했다. 페이와 수지만 남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대형 신인이 탄생했다. 워너원은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면서 대세임을 입증했다. 지난 8월 나온 데뷔 앨범 ‘1×1=1(TO BE ONE)’과 리패키지 앨범은 판매 100만장을 넘어섰다. 광고계와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 출신 연습생이 포함된 보이그룹 JBJ 더보이즈 레인즈, 안형섭·이의웅, 사무엘, 정세운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이들은 최근 빌보드 ‘2017 톱 아티스트’ 10위, ‘톱 아티스트 듀오/그룹’ 2위에 올랐다. 인기곡 ‘DNA’는 ‘2017 빌보드 베스트송100’ 중 49번째로 선정됐다. 엑소는 4집 앨범으로 쿼드러플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데 이어 타이틀곡 ‘코코밥(Ko Ko Bop)’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트윗 된 노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와이스의 인기는 일본에서 심상치 않다. 한국 가수로서는 6년 만에 일본 대표 연말 특집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

11년 은둔을 접고 돌아온 1970년대 전설 나훈아도 올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나훈아는 지난 7월 새 앨범 ‘드림 어게인’을 발표하고 지난달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다. 1980∼ 2000년대 스타들도 돌아왔다. 신화를 시작으로 김완선 싸이 이효리 비 엄정화 NRG 젝스키스 에픽하이가 컴백했다.

가요계 음원강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상반기에는 에일리 볼빨간사춘기 아이유 자이언티 크러쉬 악동뮤지션 등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헤이즈와 멜로망스 윤종신은 하반기 차트를 장기간 발라드 감성으로 적셨다. 특히 윤종신의 ‘좋니’와 멜로망스의 ‘선물’은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이변을 연출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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