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대통령 독대 기사의 사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는 15개월 재임 기간(2015. 2∼2016. 5) 동안 딱 한 번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독대한 날은 2016년 5월 15일 오전. 그날은 그가 비서실장을 그만둔 날이다. 오전에 대통령과 처음이자 마지막 독대를 했으며, 그동안 품었던 생각을 조금 얘기하고, 직접 운전해 청와대를 떠났다. 정치권이나 언론은 사임이 4월 총선 패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병기는 공천과 총선 전략에 조금도 개입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냐면 대통령이 찍은 비례대표 후보가 누군지를 다른 청와대 관계자에게 알아볼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그해 초부터 그만둘 생각으로 책과 잡동사니를 조금씩 집으로 옮겨놓았다. 눈썰미 좀 있는 비서관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총선 전에 그만두면 모양이 이상해 이후로 미룬 것뿐이었다. 비서실장 시절에 대한 그의 회한은 무척 크다.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단둘이 만난 게 마지막 날 한 번뿐이라…. 그러니 국정 현안 논의를 위한 독대는 없었던 거다. 당시 세간에 떠돌던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잘 안 만난다’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독대가 없다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전화로 문자로 보고서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만이 얼굴 맞대고 논의하는 것과 여럿이 함께 토론하는 것, 간접대화를 하는 것, 전화로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당사자들 간 신뢰감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문고리 3인방 중심의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정황은 지금 재판 과정에서 차고도 넘치게 드러난다.

“외부 인사들이 오면 입구에서부터 접견실까지 대통령과 비서실장·수석들이 화기애애하게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TV에 나오잖아.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얼굴 맞대고 보는 전부였던 거야.” 친박 핵심 인사의 고백이다. 엊그제 재판에서 문고리 안봉근이 박 전 대통령의 재벌 독대가 기존에 밝혀진 것 외에 더 있다고 진술했다. 국정 현안보다 중요한 일들이 참 많았었나 보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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