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자코메티가 사랑한 모델 캐롤린, 걸작 탄생에 수많은 예술적 영감 선사 기사의 사진
알베르토 자코메티(왼쪽)와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캐롤린. 코바나컨텐츠 제공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난 프랑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의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알란디트(46)는 3년 전 이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여인은 바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캐롤린. 알란디트는 캐롤린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제가 사진을 통해 본 캐롤린은 20대 여성이었어요. 하지만 3년 전 만났을 때 캐롤린은 70대 노인이었죠. 사진 속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캐롤린은 자코메티와의 추억담을 들려줬는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표정이었어요. 그제야 사진에서 본 캐롤린의 모습이 얼굴에 묻어나더군요.”

자코메티의 팬이라면 누구나 캐롤린을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를 볼 수는 없다. 2년 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캐롤린은 자코메티에게 수많은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 인물이었다. 한국특별전을 찾으면 그를 모델로 한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캐롤린은 1938년 프랑스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삶은 신산했다. 10대 시절 학교를 그만뒀고 소년원을 들락거리다가 매춘부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캐롤린’도 이름모를 남자가 붙여준 가명이었다. 그의 본명은 ‘이본’으로 알려져 있다.

캐롤린이 자코메티와 인연을 맺은 건 59년이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예술가와 스물한 살의 매춘부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지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는 없었다.

캐롤린은 자코메티가 사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다. 변덕스러운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캐롤린을 높게 평가했다.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고, 자신에겐 여신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우곤 했다. 캐롤린은 자주 자코메티의 작업실을 찾아 포즈를 취했다. 자코메티는 캐롤린의 눈빛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걸작을 만들어냈다. 자코메티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찾았던 사람도 캐롤린이었다. 캐롤린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코메티는 언제나 스무 살 청년 같았어요. 어떻게 이런 남자가 나 같은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자문해볼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은 나를 빛나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자코메티는 부인도 있었고 동생도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항상 나를 먼저 찾아왔어요. 그리고 나를 쓰다듬으며 아름답다고 말했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어요.”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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