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코메티 작품은 실물로 봐야… 강렬한 감동 받을 것” 기사의 사진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난 프랑스 ‘알레르토 자코메티 재단’의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알란디트. 그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은 사진이 아닌 3차원으로 봐야 그 깊이를 실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은 내년 4월 15일까지 열린다. 윤성호 기자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걸작들을 한국에 들여오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니 만전의 대책이 필요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누군가는 비행기 화물칸에 자코메티 작품들과 동승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비행기 화물칸에 싣고 프랑스를 출발해 한국까지 날아온 주인공은 프랑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의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알란디트(46)였다. 그가 속한 알레르토 자코메티 재단은 국민일보와 함께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공동 주최하는 곳이다.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알란디트를 만났다. 이날은 특별전 개막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작품들이 전시된 상태를 둘러보면서 조명이나 작품들 상태를 점검하느라 시종일관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터뷰는 예정된 시각보다 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비행기 화물칸에 앉아 한국까지 오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는지 물었다. 알란디트는 미소를 지으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프랑스 한 창고에 있던 자코메티의 작품들을 꺼내 한국 땅에 들여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힘들지 않았냐고요? 사실 이런 일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웃음). 흥미로운 직업을 가진 셈이죠. 화물칸에 타는 것도 불편하진 않았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모로코 카사블랑카 출신인 알란디트는 세 살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콘스트팍예술대에서 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이수했고, 프랑스 리옹2대학에서 문화연구 분야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에서 각종 전시와 출판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특별전 외에도 터키 이스탄불, 중국 상하이, 카타르 도하 등지에서 열린 자코메티 전시회에서 큐레이터를 맡았었다.

한국특별전은 성사가 불투명한 전시회였다. 올해 내내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재단으로서는 한국특별전 개최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까지 발생해 불안감을 부추겼다. 알란디트는 “한국특별전을 개최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재단 입장에서는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호하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특히 원본 석고상을 한국에 들여와야 했는데, 석고상은 작은 충격에도 망가질 수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보험이나 운송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까다로웠지요.”

그가 생각하는 자코메티 작품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알란디트는 “자코메티가 만든 조각상은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코메티의 정신은 유럽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에 공감하고 있어요. 자코메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조각가일 겁니다. 그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관람객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특별전을 찾은 자코메티의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작품은 총 116점에 달한다. 특히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60년 이후 자코메티가 만든 명작들이 거의 다 전시돼 있다. ‘걸어가는 사람’(1960)이나 ‘앉아있는 남자’(1965∼66)가 대표적이다. ‘걸어가는 사람’의 경우 아시아 최초로 원본 석고상이 전시돼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란디트는 “자코메티 특별전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놓쳐선 안 되는 전시”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시장을 찾을 한국 관람객이 어떤 반응을 보인다면 기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엔 “그냥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말만 해주셔도 흡족할 것 같다”며 웃었다.

“자코메티 작품은 실물로 봐야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자코메티 전시회를 가질 때마다 관람객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마주하니 차원이 다른 감동이 느껴졌다는 거죠. 한국 관람객들 역시 자코메티 작품을 마주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강렬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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