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모카포트 기사의 사진
잿빛 옷을 입은 재소자들이 자신의 감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모카포트에 원두 가루를 넣고 물을 넣어 추출한 커피를 마신다. 2012년 개봉한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Caesar Must Die)’ 속 모습이다. 영화 소재는 교도소 재소자들의 교화 프로그램이다. 재소자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면서 이들의 모습도 달라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건 스토리도, 출연자들이 실제 수감자란 사실도 아니었다. 수감실에 있던 모카포트였다.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커피가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커피는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이다. 이를 실체화시킨 것이 모카포트였다. 실제 이탈리아는 독방에 들어가는 재소자에게선 모카포트를 뺏는다.

수증기 압력(증기압)으로 커피의 오일성분까지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는 모카포트. 1933년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티와 루이지 디 폰티가 개발한 것으로 팔각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사용자들이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알루미늄 소재로 나오기 시작했고 시간을 정하면 알아서 커피를 뽑아주는 전자제품까지 나왔다. 제품의 브랜드가 국가 이미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는 내내 굳이 영화 속 배경을 알아낼 필요는 없었다. 모카포트만 보고도 이 영화의 배경이 이탈리아임을 알수있다. 수감자들이 모카포트로 커피를 즐기는 말도 안 되는 장면도 이탈리아라는 점에서 모두가 수용한다.

어느 순간 ‘커피공화국’이 된 한국을 보자. 2년 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1주일에 12.3잔의 커피를 마셨다.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은 편의점 수보다 많은 5만개를 넘어섰다. 커피만 많이 마실 뿐 한국형 커피 브랜드는 없는 이상한 ‘커피공화국’의 모습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드론이며 AI(인공지능)등 주요 기술과 시장을 중국과 미국이 선점하자 우리 기업은 쫓아가는 데 급급하고 있다. 어떻게 한국형 브랜드로 만들지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그런데도 걱정부터 앞선다. 문재인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키우겠다며 내놓는 정책들은 이름만 다를 뿐 단기간에 실적을 내놓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다. 훗날 ‘모카포트’ 같은 드론과 AI는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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