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빛낼 문화계 스타] ‘소리꾼’ 김준수 “제 뿌리는 소리…뿌리 안 흔들리는 사람 될게요” 기사의 사진
2018년을 빛낼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가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부채를 든 채로 판소리 ‘사철가’를 부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국립창극단 작품 6편을 연달아 하고 중간에 해외와 지방 공연도 다녀왔다”며 “작품을 끝내고 나니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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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핫한 소리꾼’ 국립창극단 김준수

2013년 30년 만의 최연소 입단
줄곧 주역 꿰차며 실력 인정받아
아이돌처럼 팬 몰고 다니는 스타

“상반기에는 수궁가 완창 도전
사람들이 김준수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소리를 떠올렸으면”


국립창극단 소속 젊은 소리꾼 김준수(27). ‘국악계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아이돌처럼 팬들을 몰고 다니고 창극부터 마당놀이 방송까지 영역을 넘나들어서다. 올해는 오는 6∼7일 방영 예정인 KBS 드라마 ‘조선미인별전’ 출연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활동 영역을 확장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유럽 초청 공연과 ‘흥보씨’ 공연도 예정돼 있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보라색 한복 차림의 김준수를 만났다.

“소리꾼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게요”

김준수는 2013년 창극단에 들어갔다. 1983년 왕기석 명창 이후 30년 만의 최연소 입단이었다. 입단 후에는 줄곧 주역을 꿰차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6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3’,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어깨가 으쓱해질 법도 하다. 하지만 김준수는 요즘 가장 ‘핫한 소리꾼’이라는 칭찬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저의 뿌리는 소리죠.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잃고 싶지 않은 소리를 묵묵히 붙들면서 흔들리지 않고 갈 거예요.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언젠가 관심은 식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심에 연연하지 않고 소리꾼 김준수의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평탄치만은 않은 국악의 길을 걷다 보면 화려해 보이는 다른 길에 혹할만도 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혹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깊게 다시 한 번 고민해보니 사람들이 제게 관심을 가져 주시는 이유는 소리를 하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냥 김준수가 아닌 소리꾼 김준수라서요. 이걸 버리고 갔을 때 다른 길을 잘 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의 자신감이 있는가도 의문이었어요. 사람들이 김준수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소리를 떠올리셨으면 해요.”

“완창은 소리꾼 정체성 지키는 일”

김준수는 올해 창극단의 공연뿐 아니라 외부 방송과 공연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그는 나무의 가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뿌리인 소리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올해의 계획으로 ‘완창’을 꼽았다. 완창은 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일. 상반기 안에 ‘수궁가’ 완창을 한다는 목표다. 김준수의 스승인 박금희(본명 박방금) 명창은 전남 무형문화재 제29-4호로 수궁가 보유자다. 그래서 수궁가 완창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완창을 하면 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요. 준비를 하면서 제 소리를 다듬고 소리꾼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늘 속으로는 완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확실히 날짜를 못 박기 어렵더라고요. 완창을 준비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마음도 무겁지만 부딪혀야 하는 숙명과도 같아요. 스스로와의 싸움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의지를 갖고 바쁘더라도 무조건 해내고 싶어요.”

김준수가 소리꾼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팬들에게) 감사한 것 중 하나가 저를 좋아해서 창극을 보러 오시고 창극단에 있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부분이에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도 많이 해주시고요. 소리의 매력을 잘 모르셨다가 이렇게 저로 인해서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 우리 소리를 알리고 흥미를 끌어내야 한다는 사명감도 커요.”

소리의 매력과 궁극적인 꿈

김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국악동요대회에 나갔다가 중학생 누나가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의 대목을 듣고 소리에 반했다. 한창 대중가요에 빠질 나이인데 김준수가 느끼는 우리 소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소리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어요. 모든 감정을 담아낼 수 있어서 매력적이에요. 어떤 명창 선생님이 ‘우리 소리는 우주의 소리를 담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만물의 소리를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맞는 것 같아요.”

김준수의 눈빛은 소리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유독 빛났다. “소리는 발라드와 록, 힙합 등 다른 장르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실제로 관객들이 록이나 랩이랑 비슷하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그래서 오묘한 매력을 느껴요. 또 소리를 하면서 관객들과 소통을 하잖아요. 관객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중간에 물을 마시기도 하면서 주고받는 부분이 재밌어요.”

김준수의 최종 꿈이 궁금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소리를 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화려하게 살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요.” 어린 시절 국악 신동으로 이름 날린 국악인 유태평양(26)과 비교당하는 일이 많다. “태평양씨는 국악계에서 저보다 훨씬 유명했어요. 저는 알려진지 얼마 안 됐죠. 비교하거나 경쟁한다는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아요.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불행해질 것 같아요.”

최근 김준수는 고교 시절 국악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국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을 졸업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히 소리를 해 나가다보면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방향이 돼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제가 희망이 될 수도 있잖아요.”

▶김준수는…

1991년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나 전남예술고와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음악극과를 졸업했다. 전남 무형문화재 29-4호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다. 2013년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83년 이후 30년 만에 창극단 최연소 입단자다. 입단 전인 2012년 창극 ‘배비장전’의 배비장 역으로 첫 주연을 꿰찼다. 입단 후에는 2013년 창극 ‘서편제’의 어린 동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어린이 창극 ‘미녀와 야수’와 창극 ‘흥보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코카서스의 백묵원’ ‘산불’ ‘트로이의 여인들’에 출연했다. 2009년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과 2010년 국립창극단 ‘내일의 소리, 내일의 명창’에 뽑혔다. 2013년 국립국악원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금상,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금상 수상에 이어 2015년 남도민요전국경창대회 일반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글=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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