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반도 정세… “효과적 대북 대화채널 확보에 달렸다” 기사의 사진
토머스 허바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그의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핵 위기를 ‘최대의 압박’을 통한 외교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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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허바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
무슨 문제가 일어날 경우
대화 채널이 없는 건 심각

북핵 외교적 노력이 중요
군사 해법 누구도 안 원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韓·美 연합훈련으로
불필요한 긴장 유발 없어야

토머스 허바드(75)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국민일보와의 신년호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효과적인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허바드 이사장은 "대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지 보상이 아니다"며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길 경우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없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그의 사무실에서 허바드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전석운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나. 전쟁 가능성은 얼마나 높은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했듯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는 노력이 외교적 해법으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전쟁 가능성을 ‘몇 퍼센트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겠다. 전쟁을 가능성의 문제로 보고 싶지 않다. 군사적 해법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 12일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그의 진짜 입장은 어떤 것인가.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틸러슨 장관이 옳았다. 대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지 보상이 아니다. 틸러슨 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분명히 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나오지 않는다면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이 왜 안보리에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아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행정부 인사들은 틸러슨 장관이 너무 나갔다고 봤을 것이다. 지금은 압박과 고립이 중요하며, 협상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대북 메시지가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타당한 우려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 목소리(one voice)’를 내야 한다.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는 백악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네 차례나 북한과 협상을 하고도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관철하기는 어려운가.

“북핵은 25년이나 지속된 문제다. 하지만 협상을 통한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 북한과 협상할 때가 1993년 3∼4월이었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10년간 동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합의가 깨진 건 북한이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플루토늄 대신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거의 10년간 작동했으며, 어느 정도 성공한 합의였다. 나는 지금도 그 합의가 지속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과 94년 당시 상황은 어떤 차이가 있나.

“한마디로 94년 이후 북한과 국제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수단을 개발하는 데 주목할 만큼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94년 당시 북한은 1∼2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데 그쳤다. 지금은 아마 20개 넘는 핵무기를 가졌을 것이다. 북한은 94년 이후 6차례 핵실험에 성공했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 능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다시 북한과 협상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과 효과적인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이 성공적인 협상이 가능한 시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화가 단절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94년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에 북한 영공으로 들어간 미군 헬기가 격추된 일이 있었다. 조종사 한 명은 죽었고, 다른 한 명은 감옥에 갇혔다. 생존 조종사 석방 교섭을 위해 내가 북한에 급파됐다. 신속한 협상을 통해 헬기 추락 이후 조종사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1주일밖에 안 걸렸다. 지금은 그런 대화 채널이 없다. 억류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석방시키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한국의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대화할 채널이 없다. 둘째 북한이 이 위험한 무기들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걸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무기들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북한이 더 강해지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더욱 취약해질 뿐이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최대의 압박은 만들어가고 있지만 관여는 아직 못 하고 있다. 최대의 압박은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제재 수준 이상의 대북 압박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예를 들면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내야 한다. 최대의 압박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수단을 요구한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군사력을 과시하고, 필요 시 물리적으로 그 문제를 제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최대의 압박에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외교적 해법을 찾게 되면 특사를 교환하는 것이 유익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북한이 협상에 응할 것으로 보는가.

“낙관하기 어렵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도 않고, 협상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면 매우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고려해야 할 시간이 오게 될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필요가 있는가.

“동맹 간 훈련은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훈련이 지역 내에서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개성공단 재개가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나도 예전엔 개성공단을 지지했다.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여는 건 실수하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이 핵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핵무기 개발 대신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안보를 의탁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일본도 같은 선택을 했다. 미국은 북한이 공격할 경우 한국을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약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을 워싱턴과 서울, 뉴욕에서 세 번 만났다. 둘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완벽하게 동의했다. 나는 결과를 보지 소문을 듣지 않는다.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을 달래기 위해 대북 입장을 완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그런 우려는 발생하지 않았다.”

■허바드 이사장은

1994년 북핵 협상 참여
제네바 합의 이끈 주역


미국과 북한이 전쟁 일보직전 위기로 치달았던 1994년 북핵 협상에 참여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내고 2001∼2004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지켜봤던 그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서울을 방문해 촛불 현장을 목격했다. 현재 고위 외교관 출신 모임인 미국 외교아카데미 회원이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당시 김정숙 여사는 입고 간 한복을 즉석에서 벗어 허바드 이사장의 부인 조앤 허바드 여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글·사진=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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