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동북아 허브 공항 갈 길 멀다 기사의 사진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1일 휴가를 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가고시마로 떠났던 여행은 본의 아니게 3박4일이 되고 말았다. 귀국 비행기가 결항된 탓이다. 인천공항에 미세먼지와 안개가 짙게 끼어 비행기가 뜰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조롭게 진행돼온 여행을 차분하게 마무리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당장 숙소를 알아봐야 하는데 다시 가고시마 시내로 들어가야 할지 공항 주변 호텔을 알아봐야 할지 막막했다. 엔화도 다 써버린 뒤여서 환전도 문제였다. 더 답답한 것은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비행기가 뜰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결항 사태로 큰 불편을 겪었다. 연휴 첫날인 23일에만 예정됐던 1070편 중 562편이 결항·회항·지연 등 비정상 운항됐다. 그 여파로 24일 644편, 25일 370편 등 연휴 사흘간 1576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항공사들은 승객들의 거센 항의와 손해배상 요구에 직면해야 했다. 그동안 숱하게 비행기 결항이나 지연 사태를 보도하면서도 남의 일로만 여겨지던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니 공항에서 분통을 터뜨리던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기상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어떤 불편함이 있어도 안전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책임 있는 주체들이 결항 사태 이후에 적절하게 대응을 잘 했느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법무부, 세관 측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고 하지만 대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확한 안내나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기내에서 몇 시간을 대기한 사람도 있었고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제 시스템과 공항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저시정이 해소된 뒤 비행 스케줄을 신속히 리세팅해 항공사들에 통보했는지 의문이다. 항공사들도 승객들에게 결항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제때 정확하게 알리고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연 운항으로 도착시간이 많이 늦어졌는데도 공항버스 운행시간이 연장되지 않고 오후 11시 전에 막차가 끊기는 것도 문제다. 서울 도심 공항철도는 새벽 12시50분까지 운행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은 입국이 늦어진 상황에서 공항버스조차 없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내년 1월 18일 연간 1800만명을 소화할 수 있는 제2터미널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화물과 여객 수송의 적체를 해소하고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저시정으로 인한 대규모 결항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양적 팽창만으로는 허브 공항이 될 수 없다. 인천공항을 통해 제3국으로 환승하려는 승객들도 이번에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외국 항공사들이 환승터미널로 인천공항 이용을 기피하면 허브 공항으로서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이 서해안 영종도에 위치한 탓에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와 잦은 해무로 인해 저시정으로 인한 결항 사태는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날씨 탓만 할 것인가. 인천공항공사는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고 비상 매뉴얼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6일 비정규직 1만명 중 30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7000명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번 기회에 공항 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에서도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들도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짙은 안개 속에서 운항이 가능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장치를 갖춘 항공기를 도입하고, 조종사들이 저시정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숙련도를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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