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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정상만] 안전문화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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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반이 지났으나 여전히 재난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사고가 날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조치에 급급한 상황이 재현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에 대한 후진성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주었다.

화재 발생 때마다 대두되는 불법주차로 인한 소방도로의 미확보, 자동출입문과 스프링클러의 미작동, 소화기와 유도등 같은 방화시설의 미비와 유일한 생존 통로인 비상구가 막혀 있었던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다중 이용시설인 이 건물이 화재와 지진에 매우 취약한 필로티 구조로 지어졌고, 건물 외벽은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드라이비트 외장재로 돼 있었다.

아울러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시 건물구조와 비상구를 우선 파악해 상황 대처를 해야 하는데 초기 화재 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는 안전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외쳤지만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아직도 우리사회에 근본적인 재난대책과 안전의식이 결여돼 있음을 확인했다.

대형 참사를 겪은 재난안전 선진국의 대처는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미국은 2996명이 사망한 2001년의 9·11테러 이후 정부 내에 재난·안전·안보 관련 22개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막강한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창설했으며, 이후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물론 민·관·군이 다함께 재난안전 및 국가안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 1만5894명이 사망한 동일본대지진이라는 복합 재난을 겪은 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합심해 한 차원 높은 재난 경감·대비·대응·수습책을 강구해 왔다. 그 결과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재난안전 시스템과 기술을 창출해냈고, 글로벌 재난안전 어젠다 ‘센다이 프레임워크(Sendai Framework)’의 채택을 주도하는 등 재난안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홍수, 가뭄,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난과 달리 화재 사고와 같은 사회재난은 정부가 사고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 및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재난안전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을 통해 안전이 몸에 배도록 해 재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등 많은 대형 참사를 겪었다. 그렇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재난이 재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참사들은 여러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일어났다. 안전을 소홀히 취급한 데서 비롯된 인재였던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깊이 새겨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때다.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행해 왔던 사후 수습 중심의 재난관리를 선진국처럼 사전 대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태풍이나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후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등 사후 수습에 급급한 반면, 미국은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에 예상경로 지역에 미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선제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크게 줄이고 있다.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사고의 근본원인을 명확히 밝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 제도화하고, 사고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재난안전 관련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국민 모두는 안전을 생활화하고 체질화해 안전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때 우리 사회가 재난에 강한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상만 공주대 교수(전 한국방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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