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트러블메이커 트럼프 기사의 사진
유엔(UN)은 193개국이 가입한 최대,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10월 출범해 세계평화와 안전보장, 인도적 문제 해결 등에 힘써 오고 있다. 이런 유엔이 ‘최대 주주’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이 최근 자국의 유엔 분담금을 2억8500만 달러(약 3000억원)나 삭감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한 것에 대해 회원국 대부분이 반대하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이어서 어느 일방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 게 국제적 상식이었다. 미국의 선언 이후 아랍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증폭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예루살렘 수도 반대 결의안’이 상정됐고 안보리 15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4개국이 찬성했다. 결의안은 지난 21일 유엔총회에서도 찬성 128, 반대 9, 기권 35로 채택됐다. 미국이 찬성 국가를 기억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미국의 우방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방적인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였지만 미국은 유엔 분담금 삭감으로 맞받아쳤다. 돈줄을 죄어 유엔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국제사회의 여론과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자국 주도로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다. 6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우리의 오랜 우방인 미국이 국제사회의 트러블메이커가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힘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만 강요하다가는 신뢰를 잃고 국제적 고립만 자초할 뿐인데.

라동철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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