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원로에게 듣는다] “옛 사람 버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 계속돼야”

(上) 안재웅 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한국교회 원로에게 듣는다] “옛 사람 버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 계속돼야” 기사의 사진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과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새해가 밝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2017년을 뒤로하고 맞이한 2018년. ‘포스트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국민일보는 한국교회 원로들을 찾아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청취했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안재웅(78)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새해 첫날이다.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를 건넨다면.

“각자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주님의 인도하심 안에서 결실이 있기를 기도한다. 개인의 바람도 중요하지만 주위에 아파하는 이웃은 없는지,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손길은 없는지도 살피는 마음의 넉넉함도 가지길 바란다. 여기에 바로 주님의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냈다. 새해에는 어떤 키워드가 한국교회와 사회를 관통할까.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동안 기념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개혁됐는지 먼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개혁’이라는 가치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져야 한다. 교회도, 개인의 신앙도,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도 쉼 없이 개혁의 길로 달려가야 한다. 개혁이야말로 새해 키워드가 돼야 한다. 종교개혁가들은 개혁을 완성된 가치로 보지 않았다. ‘개혁되어지는 것’에서 진정한 개혁의 의미를 발견했다. 개혁의 완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혁되어지는 삶을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간단하다. 사도 바울의 기도처럼 옛 사람을 버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과거의 것에 안주하려는 것은 썩어가는 길이고, 옛것을 벗어버리는 것이야말로 개혁의 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위중하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은.

“꼬일 대로 꼬인 한반도 정세를 단번에 풀 수는 없다. 주변 열강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교회가 나서야 한다. 교회가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희생이 교회에 주어졌다.

교회가 제2의 ‘도잔소회의’(1984년 일본 도잔소에서 남북교회가 한자리에 모인 ‘동북아 평화·정의에 관한 국제회의’)를 기획해야 한다. ‘평화의 마중물’이 되라는 것은 교회에 던져진 시대적 요구다. 대결 구도나 증오를 극복하고 대화와 평화를 이루는 2018년이 돼야 한다. 더불어 교회는 교인들에게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교육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원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배운 ‘성숙한 교인들’이 결국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이다. 평화는 공존이다. 남북의 공존이 한반도에 큰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을 확신한다.”

-교회에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노인들만을 위한 종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다음세대를 위해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일까.

“답은 성경에 이미 제시돼 있다. 한 사람의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면 된다. 교회는 한 생명이라도 건진다는 절박함으로 다음세대를 대해야 한다. 이런 애착이 없으면 다음세대에 복음을 전할 수 없다. 다음세대를 향한 오늘의 투자는 결국 교회의 미래와 맞닿아있다. 이런 애착에 뿌리를 내린 뒤에야 부흥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철학이 없는 관심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한국교회에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자성이 나온다. 최근 목회 대물림 사태에서도 보듯 리더십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고견을 제시한다면.

“교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교회성에 대한 가치를 놓치면 안 된다. 명성교회가 망각한 것이 공교회성이다. 한국교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십은 규모보다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리더의 자질은 ‘언행일치’로 시작해 ‘언행일치’로 완성되는 것이다. 게으르고 나태한 목사는 리더에서 배제돼야 한다. 스스로 “난 성숙했다”고 말하는 건 미숙함을 증명하는 지름길이다. 날 다스리다 보면 삶이 바뀌고 아름다운 향기가 날 것이고 결국 리더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연합 운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다시 하나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헤쳐 모이는’ 상황이 반복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전인수식 사고가 문제다. 한국교회 역사를 보라. 교권에 대한 욕심이 분열 원인이다. 이토록 많은 교단이 난무한 이유가 결국 욕심에 있지 않은가. 교회연합운동은 섬기고 나누며 남을 먼저 대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수님이 낮은 곳으로 오신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나눔과 섬김, 진리와 봉사, 사랑과 실천의 길을 선택한다면 훌륭한 연합운동의 미래를 그려나갈 것이다.”

◇안재웅 이사장은

1940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1960년 숭실대에 입학한 뒤 기독학생회 활동에 투신했다. 기독학생회연맹(KSCF) 총무를 시작으로 기독청년 운동가로 활동했다. 민청학련 사건(1974)과 서울YWCA 위장결혼사건(1979) 등으로 구속되는 등 네 차례나 투옥됐다.

1980년 세계기독학생회연맹 아시아 총무를 맡으면서 기독교 국제기구로 진출, 아시아교회협의회(CCA) 총무도 거쳤다.

1990년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5년 해외 활동을 마친 뒤 귀국해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과 다솜이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 민주화와 시민단체, 에큐메니컬 운동에 몸담아 왔다.

글=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